2021-07-06 16:30

‘조선시장 슈퍼사이클 기대’ 선박 환경규제에 해운‧조선 명암

3년후 현존선 온실가스 배출 5% 감축 의무화



국제해사기구(IMO)가 현존선을 대상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2023년부터 시행키로 한 가운데 제도 도입을 바라보는 시각이 해운과 조선 분야에서 서로 엇갈렸다.

해운산업은 우려의 시선이 큰 반면 조선업은 실적 호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조선업계의 친환경 기술력과 에너지절감장치(ESD) 기술력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IMO는 지난달 17일 온라인으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6차 회의에서 국제 해운업계에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제를 2023년 1월1일 도입하는 내용의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Annex VI) 개정안을 채택했다.

IMO는 사전 규제인 EEXI, 사후 규제인 CII 등급제를 투 트랙으로 현존선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EEXI는 2013년 도입된 신조선 대상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를 현존선까지 확장한 제도다. 기국 또는 선박검사기관에서 400t(총톤) 이상 선박이 화물 1t을 싣고 1마일을 항해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엔진출력 재화중량톤수(DWT) 등의 제원에 근거해 사전에 인증하는 방식이다.

2023년 1월1일 이후 도래하는 첫 정기검사에서 연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 제한(EPL) 장치를 달거나 친환경 연료 사용 또는 ESD 장착 등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CII 등급제는 연료사용량, 화물운송량 등의 운항 정보를 토대로 5000t 이상 외항선의 지난 1년간 연비를 조사해 A(매우 우수) B(우수) C(보통) D(불량) E(매우 불량) 5단계로 평가하는 규제 조치다.

최저등급인 E를 한 차례 맞거나 D를 3년 연속 맞으면 선주는 1달 이내에 C등급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에너지효율개선계획(SEEMP)을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기준 미달 선박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게 제재안의 전부지만 앞으로 시장 퇴출 또는 운항 금지로 강화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IMO는 CII 등급제 도입으로 선박 연비를 2019년 대비 1단계(2020~2022년) 기간엔 매년 1%, 2단계(2023~2026년) 기간엔 매년 2%씩 개선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CII가 시행되는 2023년 선박의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양은 5%에 이른다. 2027년 이후 4년간 적용되는 3단계 개선 목표는 2026년 결정된다.

 
 

환경규제 연기 ‘난망’…기준미달선박 퇴출 수순
 
지난달 29일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MacNet) 주최로 부산 명지동 한국선급 3층 오션홀에서 열린 ‘IMO 현존선 규제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국해운협회 이철중 이사는 현존선 환경 규제가 조선업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이사는 현존선 규제로 “해운부문은 투자 부담이 커지는 반면 조선산업을 고부가선 수주에 대한 기대가 올라갈 거”라며 “클락슨은 2031년까지 조선 분야 슈퍼사이클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박평형수협약이 2017년 시행되려다 연기된 거처럼 현존선 탄소배출 규제도 연기 될 거란 “막연한 기대는 매우 위험하다”며 해운사 경영진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황태근 팀장도 조선업이 환경 규제의 혜택을 받는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예상만큼 수혜 폭은 크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황 팀장은 “2023년까지 추가적으로 탄소를 5% 감축해야 해 해운업계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행히 해운시장이 좋아서 자본 투자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한다”면서도 “2020년 황산화물 규제를 보면 조선업계에서 많은 기대를 했지만 해운시장이 여의치 않아서 (조선업계 수혜도) 미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사가 대응책으로 준비 중인 엔진 출력 제한 방식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문제가 있다”며 에너지효율개선이나 선박 개조와 신조를 고민할 것을 조언했다.
 
팬오션 선박관리 자회사인 포스SM의 전경환 팀장은 “CII 등급제 도입으로 IMO에서 규제를 하든 안하든 D나 E등급 선박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라이트십(Rightship, BHP‧리오틴토‧카길이 설립한 호주 선박검사업체)에선 등급이 낮은 선박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전 팀장은 “인프라 불확성이 크지만 바이오연료 사용을 시험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한편으로 “EEXI에 대응해 엔진 출력 제한 작업을 전 선대 기본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적선 99% EEXI 대응책 ‘엔진출력 제한’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EEXI와 CII의 세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해양수산부 황정웅 사무관은 우리나라에서 EEXI 대상 선박 중 60%인 649척을 조사한 결과 72%인 470척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재 국적선대 중 EEXI 대상 선박은 1084척(국적선 593척 BBCHP 491척), CII 대상 선박은 793척(국적선 343척 BBCHP 450척)이다.

황 사무관은 기준에 미달한 470척 중 99%인 463척이 EPL 방식으로 규제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PL을 대응책으로 제시한 선박 중 96%인 445척은 규제 시행을 1년 앞둔 2022년에 출력 제한 장치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프로펠러보스캡핀 같은 ESD를 달거나 폐선한다는 응답은 각각 3~4척에 그쳤다.
 

이태훈 한국선급 책임연구원은 “EEXI의 규제 강도를 EEDI와 비교하면 EEDI가 EEXI보다 강하거나 같다”고 설명했다. EEDI기 2013년 도입된 뒤 단계적으로 기준이 계속 강화되는 까닭이다. 그는 “2022년 4월 시행되는 EEDI 3단계를 적용하는 신조선은 EEXI보다 훨씬 더 강한 규제를 적용 받는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MEPC 회의에서 EEXI 기준 설정을 두고 신흥국과 선진국 간 의견이 크게 갈렸다는 소식도 전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은 EEXI 기준을 제한된 엔진출력의 75%로 정하길 원했지만 유럽이나 환경단체가 87% 안으로 맞섰고 결국 IMO에서 중재안인 83%를 제시해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선급 이정엽 책임연구원은 CII 규제 절차를 설명했다. IMO가 CII 규제 시행일을 2023년 1월로 정했지만 실제 등급이 평가되는 건 2024년이다. 1년간 선박의 연비 데이터를 취합해 CII 값을 계산하는 방식 때문이다. 중간에 선박 관리 주체가 바뀌더라도 새로운 기국에서 12개월치 데이터를 모두 모아 연비를 측정하도록 규정했다.

이정엽 연구원은 “기존 환경규제는 기국이 바뀌면 (바뀐 시점에) 데이터를 끊어서 연비를 평가했지만 CII는 그렇게 할 경우 등급이 2개가 나올 수 있어 명확화 하는 차원에서 무조건 12개월치 데이터로 등급을 평가하는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해양교통안전공단 박정은 과장은 앞으로 온실가스 부과금 제도나 연료유에 이산화탄소 함량 제한, 배출권거래제, CII 등급 교환 거래제도 같은 중장기 조치가 2025년 이후 도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HMM오션서비스 류영수 부장은 “IMO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2026년까지의 단기 조치 말고도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추가 감축 조치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선박 에너지효율 개선과 저탄소 무탄소 연료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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