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서 맨손으로 해산물을 잡는 ‘해루질’이 요즘 유행입니다.”
요즘 해안가에서 성행한다는데, 사실 ‘해루질’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필자 역시도 해양수산부에서 해루질 시 사용할 수 없는 ‘잠수용 스쿠버장비’의 범위를 질의하여, 이에 대한 법률자문을 하면서 위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해루질의 어원에 대하여 횃불을 가지고 야간에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태안 지방에서 ‘홰루질’이라고 한 것이 해루질로 변형됐다는 설이 있는데, 현재는 비어업인들이 해안가에서 맨손으로 해산물을 잡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해루질로 통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코로나19 일상을 벗어나고자 해루질에 나서는 국민이 크게 늘고 있고 수백 명의 유튜버들이 쏟아내는 각종 정보들도 국민들의 해루질을 부추긴다고 한다. 맨손으로 소량의 해산물을 잡는 국민의 해루질이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까 싶지만, 최근 해루질을 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양식장 등을 운영하는 어민과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기고에는 관련 법률인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 등에서 해루질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특히 수산자원관리법상 국민들이 특정 장비를 이용한 해루질을 금지할 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수산업법 제47조제1항은 “제8조ㆍ제41조ㆍ제42조 또는 제45조에 따른 어업 외의 어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어업을 하려면 어선ㆍ어구 또는 시설마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수산업법 시행령 제29조제1항제2호는 “법 제47조제1항에 따른 신고어업의 종류 중 맨손어업은 손으로 낫ㆍ호미ㆍ해조틀이 및 갈고리류 등을 사용하여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는 어업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산자원의 보호ㆍ회복 및 조성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제1항에서는 “수산업법 제2조제12호에서 정하는 어업인이 아닌 자(이하 ‘비어업인’)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동법 시행규칙 제6조에서는 “비어업인은 투망, 쪽대, 반두 4수망, 외줄낚시(대낚시 또는 손줄낚시), 가리, 외통발, 낫대{비료용 해조(海藻)를 채취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집게, 갈고리, 호미, 손에 해당하지 않은 어구 또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잠수용 스쿠버장비를 사용하여 수산자원을 포획ㆍ채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루질과 관련하여 상기 법령에서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은, 국민들이 하는 해루질은 수산업법에 따른 신고어업 중 하나인 맨손어업으로 분류되어 국가에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과, 수산자원관리법상 비어업인인 국민이 잠수용 스쿠버장비 등 특정 어구를 사용하여 수산자원을 포획ㆍ채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규칙 제6조에서 특정 장비를 사용한 해루질을 막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필자는 수산자원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와 같은 규제는 어민들의 생존 문제 내지 공유수면에 있는 수산자원의 유지ㆍ보존이라는 공익이 사적 권리 내지 사익의 제한과 비교형량 할 때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사견을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같은 취지로, 수산자원관리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비어업인이 잠수용 스쿠버장비를 사용하여 해안에서 먼 곳이나 깊은 수심에 사는 수산자원을 포획ㆍ채취하는 것을 규제함으로써, 공유수면의 수산자원을 유지ㆍ보존하고,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 또는 양식하는 사업을 경영하거나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의 재산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어업인의 생계를 보장하고 장기적으로 수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6. 10. 27 자 2013헌마450 결정 참조).
한편, 수산자원관리법 제65조제2호에 따르면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제1항을 위반하여 수산자원을 포획ㆍ채취한 자에 대하여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는데, 금지되는 어구들 중 잠수용 스쿠버장비 등에 대하여 정의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아직까지도 그 해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필자는 비어업인에게 사용이 허용되는 투망, 반두 4두망, 외줄낚시 등과 같은 어구들은 모두 해안선 인근에서 주로 사용이 가능한 것들로, 수심이 무릎을 넘어가는 지역에서는 사용이 어렵다는 점 및 수산자원관리법 시행규칙 제6조의 상기 입법취지에 따라 잠수용 스쿠버장비는 수중 잠수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장비인 공기통, 호흡기, 부력조절기, 웨이트벨트(납추) 등이 포함되고, 그야말로 해안선 인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잠수에 도움을 주지 않는 스쿠버장비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위와 같은 사견에도 불구하고 위 규정은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배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수산자원관리법령상 잠수용 스쿠버장비는 해안선 인근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아닌, 해안 먼 곳에서 수중 잠수를 할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비로 명확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위 용어의 정의를 하루 빨리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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