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지난 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를 뚫고 일제히 ‘외형 성장’과 ‘수익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비용 절감과 유가 하락, 운임 상승 등에 힘입어 9곳 선사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각 정기선 제휴그룹(얼라이언스)이 공급 조절을 선제적으로 실시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HMM(옛 현대상선)은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CMA-CGM 짐라인 에버그린은 세 자릿수의 성장을 일궜다. 이 밖에 양밍해운도 한화로 7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원양항로 운임 두자릿수 상승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항로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북미항로는 상반기 부진에도 여름 이후 크게 회복하며 연간 플러스 성장을 신고했다. 미국 해운조사기관인 JOC피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18개국발 미국행(북미수출항로) 물동량은 1833만2300TEU를 기록, 1년 전에 비해 3.9% 늘었다.
1위 중국은 2.4% 증가한 1080만6600TEU로,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2위 베트남은 24.8% 증가한 198만5400TEU, 3위 한국은 5.2% 증가한 95만9500TEU였다.
반면 유럽항로는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며 북미와 대조를 보였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2020년 아시아 16개국에서 유럽 54개국으로 수송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1년 전과 비교해 5.4% 역신장한 1575만8800TEU로 집계됐다.
중국발이 3% 감소한 1171만TEU, 우리나라와 일본발이 15% 줄어든 174만TEU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송된 컨테이너도 8% 줄어든 229만TEU에 그치며 전체 실적 감소를 이끌었다.
지난해 해상운임은 양대 기간항로 모두 강세를 띠며 선사들의 영업실적 개선에 힘을 실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초대형선 인도로 약세를 보였던 운임은 컨테이너 장비 부족과 항만 적체, 수요 급증 등으로 1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북미서안 평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744달러를 기록, 전년 1525달러와 비교해 80% 뛰었다. 동안 운임 역시 전년 2608달러에서 38.4% 상승한 3610달러로 집계됐다.
유럽항로 운임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아시아발 북유럽행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204달러를 기록, 전년 759달러에서 58.6% 올랐다.
HMM 영업익 1조 육박…에버그린은 7배 폭증
시황 호조에 힘입어 HMM을 비롯한 아시아계 선사들은 지난해 일제히 영업이익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HMM은 초대형선 도입과 원가절감 노력, 운임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HMM은 지난해에 영업이익 9808억원, 순이익 1240억원을 각각 거뒀다. 2019년 -2997억원 -5898억원에 견줘 모두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도 6조4133억원으로, 1년 전의 5조5131억원에서 16.3% 신장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컨테이너 적취량은 전년 대비 9% 감소했지만, 미주 유럽 등 전 노선에서 운임이 상승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대만 양대 선사인 에버그린과 양밍해운도 지난해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에버그린의 지난해 매출액은 8.7% 증가한 2070억7700만대만달러(약 8조1300억원)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346억6700만대만달러(약 1조3600억원)를 거둬, 전년 동기 46억5800만대만달러에서 7배 증가했다.
양밍해운은 지난해 한화로 7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선사는 영업이익 194억6000만대만달러(약 7600억원) 순이익 119억7700만대만달러(약 4700억원)를 각각 냈다. 영업이익은 1년 전 -10억1400만대만달러에서 흑자로 돌아섰으며, 순이익도 -43억900만대만달러에서 흑자전환했다.
일본 3대 해운사(NYK MOL 케이라인)의 정기선 부문 통합법인인 ONE은 외형과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ONE은 2020 회계연도 4~12월에 전년 1억3100만달러에서 대폭 개선된 16억2600만달러(약 1조81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도 88억9800만달러에서 96억7300만달러(약 10조8500억원)로 8.7% 증가했다.
코스코는 지난해 매출액 1660억800만위안(약 28조2600억원), 영업이익 146억4000만위안(약 2조4900억원), 순이익 120억1400만위안(약 2조원)을 각각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4.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순이익 역시 121.2% 410.1% 폭증했다.
머스크 CMA-CGM 등 조 단위 이익 달성
유럽에 본사를 둔 컨테이너선사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짐라인을 제외한 머스크 CMA-CGM 하파크로이트는 조 단위의 이익을 올리며 선전했다.
머스크는 영업보고서에서 지난해 해상운송 사업부문은 매출액 291억7500만달러(약 32조5500억원)를 기록, 전년 287억8200만달러 대비 1.4%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은 44억3600만달러에서 65억4500만달러(약 7조3000억원)로 48% 개선된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기간 프랑스 선사 CMA-CGM의 해운사업 매출은 5.5% 증가한 240억600만달러(약 26조7800억원)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4배 증가한 31억300만달러(약 3조4600억원)를 달성했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15억100만달러(약 1조6700억원), 순이익 10억6700만달러(약 1조1900억원)를 각각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9억800만달러에서 65.3% 증가한 실적을 신고했으며, 순이익도 지난해 4억1700만달러에서 2배 이상 개선된 실적을 냈다.
짐라인은 7억2200만달러(약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억5300만달러에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순이익은 5억2400만달러(약 5800억원)로 전년 1300만달러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선사들은 올해도 수요 증가와 운임 상승에 힘입어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머스크는 올해 EBITDA가 지난해를 웃도는 85억~10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하파크로이트의 최고경영자(CEO) 롤프 하벤 얀센도 “코로나 영향이 계속되지만 소비재 관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1년 실적은 전년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CMA-CGM은 올해 상반기에도 시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선사는 사업 다각화와 종합물류 제공을 목적으로 항공화물 자회사를 설립했다. 항공화물 부문은 최근 A330-200형 화물기 4대를 구입, 유럽-미주 간 정기 운송을 시작했다. 더불어 LNG연료를 쓰는 신조 컨테이너선 13척을 인도받아 늘어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HMM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갈등 등으로 글로벌 교역 환경 불확실성이 여전하겠지만 우량 화주 확보와 운영 효율 증대, 비용 절감 방안을 정교하게 수립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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