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선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총격 피살 사건이 가장 큰 이슈였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엔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해 해수부 문성혁 장관과 해양경찰청 김홍희 청장이 함께 참석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공무원이 월북했을 것으로 판단한 해양경찰청과 정부를 질타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이 이 사건을 정쟁화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해양산업 관련 정책 질의로, 연안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여객선 현대화와 배편 확대, 유조선 국가필수선대 지정, 침몰선 잔존유 제거 등의 이슈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은 해수부의 연안선박 현대화 프로그램 활성화를 주문했다. 그는 “내년 (연안선박 현대화 사업) 예산이 1299억원으로 올해보다 늘었지만 대부분 관공선 건조에 지원되고 민간 선박 지원은 18%에 그친다”며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 연안선사들에게 정부가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현대화펀드로 올해 5척을 건조하게 된다”며 “민간 부문 지원은 민간금융에 산은과 해진공이 참여해서 선사 부담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자차액 보전 사업으로 40척의 연안선박 현대화를 추진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갑)과 국민의 힘 정점식 의원(경남 통영·고성)은 도서지역 해상교통 활성화를 주문했다. 주 의원은 “9월18일 여수-거문도를 오가는 선박이 엔진 고장으로 운항을 멈춰 올해 들어 2번째 뱃길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며 “선박이 갑자기 멈출 때에 대비해 대체선을 투입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해수부가 육상교통처럼 내항여객선 면허 인허가권을 지자체에 이양해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전국 465개 유인도서 중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는 곳은 135개에 달하고 육지와 연결하는 도로조차 없는 소외도서는 73곳에 이른다”며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증진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긴급상황이 발생해 항로가 단절되면 해운조합이나 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예비선을 마련하거나 대체선을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예산당국과 협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허가권의 지방 이양은 재정지원 문제와 안전을 고려해서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양평)은 해수부가 국가필수선대 목표치를 3년 만에 달성했지만 정작 유조선은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친 점을 지적했다.
국가필수선대는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적선대가 감소하면서 2017~2019년 3년간 88척 목표에 못 미치는 80척 안팎에 머물다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자로 목표에 도달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자동차선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반면 유조선은 목표치의 절반인 8척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국가필수선박은 특성상 영속성을 띠어야 하는데 해마다 재지정하는 구조다보니 연초엔 목표 달성률이 매우 낮다”며 “내년엔 연초에 필수선박의 목표척수를 모두 달성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연안여객선 사고 증가 원인 놓고 국회·정부 의견차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은 해양사고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어 의원은 “여객선 사고는 2009년 17건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는 10년 전의 3배인 53건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 원인을 선박 노후화에서 찾았다. 어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원인의 하나로 여객선의 노후화 문제가 지적되자 해수부는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여객·화물 겸용선은 내구연한을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했지만 여객 전용 선박은 여전히 30년을 유지하고 있다”며 여객 전용 선박도 25년으로 선령 상한을 단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 장관은 “카페리 내구연수가 25년이 된 건 세월호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도 선령 제한 강화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박 사고 원인을 분석해보면 80% 이상이 인적과실이 원인”이라며 “단순히 물리적인 시설 문제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과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침몰선박 잔존유 문제를 꺼내들었다. 최 의원은 “지난 7월 아프리카 모리셔스 앞바다에 좌초된 일본 선박에서 기름 1000t이 유출돼 해안이 초토화된 사고가 있었는데 현재 해수부가 집중 관리하는 고위험 침몰선박 68척엔 이보다 4배 많은 4000t의 잔존유가 있다”며 “해수부가 37억원을 들여서 잔존유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올해 잔존유를 제거한 건 1척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매년 국감에서 잔존유 문제를 거론해온 서 의원은 “지난해 국감 때 질의했듯이 지금처럼 가면 (잔존유 제거에) 366년이 걸린다”며 “정부가 잔존유 회수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문 장관은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침몰선박 잔존유 제거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예산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기에 예산 확보가 돼서 잔존유 처리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비례)은 해수부의 이내비게이션사업을 소형 선박까지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1180억원을 들여서 4년 동안 이내비게이션을 개발해놓고 소형선박은 설치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3t 이상만 설치 해주기로 했다”고 힐난했다.
문성혁 장관은 “3t 미만 선박은 브리지(선교)가 없어서 설치를 할 수 없다”며 “3t 이상 선박부터 설치하고 그 이하 선박이라도 설치 공간이 있는 선박은 점진적으로 설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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