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31일 11시59분… 1분뒤 TV 또는 핸드폰에서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가족들과 소박하게 집에서, 친구들과 번잡하게 술집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해가 가장 빨리 뜨는 정동진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빈다. 새로운 다짐들… 건강, 부와 명예, 남자친구/여자친구 생기게 등. 그리고 1월1일 신정을 맞이하며 한 살 더 먹은 것에 대한 즐거움 또는 두려움 속에 즐거운 한 해를 상상하고 이 순간만큼은 일년 중에 가장 순수한 마음을 가져본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한국에서는 따끈따끈한 떡국을 챙겨 먹고 비로소 한 해의 시작을 실감하게 된다. 이번 컬럼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의 새해음식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새해의 기분은 신정이 더 잘 나지만 분위기상 구정(설날)에 연휴가 길어서 제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행사들이 치러진다. 닭, 전복, 문어를 간장에 졸이고 치자로 염색한 계란물에 소고기, 고구마, 부추, 미나리, 버섯 등으로 각각 전을 붙이고 무, 다시마, 소고기로 탕국을 준비한다. 하지만 한국사람이라면 새해 첫날 또는 설날에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바로 ‘떡국’이다. 서양식 레스토랑에 크리스마스가 있다면 떡집에서 일년 중 가장 핫한 날은 가래떡이 줄기차게 팔리는 신정, 설날 그리고 추석(송편)일 것이다. 가래떡에는 무병장수의 의미와 엽전 모양을 상징해 물질적 풍요까지 기원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한식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떡국을 집에서 맛있게 끓이는 방법, 먼저 재료는 물에 담가둔 가래떡, 깨끗한 정수물, 다진 소고기, 국간장, 참기름, 지단용 계란, 김, 부추, 마늘만 있으면 된다. 다진 소고기만 빼고는 거의 집에 항시 준비된 식재료 이기 때문에 꼭 설날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시판용 사골육수를 쓰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조미료 및 인공적인 맛이 많이 나서 추천하지 않는다. 먼저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소고기와 마늘을 볶다가 약간 짜다 싶을 정도로 국간장을 넣어준다. 계란은 지단을 만드는데 귀찮다면 떡국 끓일 때 넣어줘도 된다. 하지만 지단이 올라가면 훨씬 고급스러운 떡국이 완성 되는데 여기서 공을 좀 더 들여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만들면 색감이 훨씬 더 좋다. 다른 냄비에 물을 넣고 끓으면 불려둔 가래떡, 국간장, 참기름, 다진마늘을 넣고 양에 따라 3~4분 정도 조리한 후 그릇에 담는다. 고명으로만 간을 맞추는데 소금간은 따로 필요 없고 볶아둔 소고기와 김을 올려 간을 맞추고 색감과 건강한 향을 넣어주기 위해 부추와 지단을 얹어 완성한다.
음식의 본고장 프랑스의 새해음식은? ‘샤퐁로티(Chapon Roti)’라는 닭고기 요리이다. ‘Chapon’이란 단어는 프랑스어로 4kg이 넘는 거세된 수탉을 말한다. 잔인하지만 거세를 하게 되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약해져 근육량이 적어지고 지방과 고기의 축척량이 많아져서 고기가 야들야들해 진다. 이런 수탉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국내산 닭을 한마리 준비하자! 닭 비린내 제거와 동시에 맛에 액센트를 줄 럽은 소금, 후추 외에 드라이 타임/로즈마리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넣어 만들어준다. 럽이 완성됐으면 닭고기 겉에 고루 발라주고 안쪽에는 포트와인, 마늘, 베이컨, 버터를 넣고 닭 아래에 알감자를 깔아 준 후 200도 오븐에서 50분정도 로스팅 한다. 감자는 닭고기의 기름과 여러가지 향신료에 범벅 돼 간을 따로 해 줄 필요가 없이 그냥 맛있다. 여분의 기름은 버리지 않고 밀가루를 조금 섞어 그레이비소스를 만들어 준다. 닭고기는 서빙 전까지 쿠킹호일에 싸두면 금방 식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제 새해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샴페인 한잔과 샤퐁로티를 먹을 시간만 남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코테치노(Cotechino)라는 돼지껍질과 뱃살, 지방을 돼지창자에 넣은 소시지를 새해음식으로 먹는다. 렌틸콩, 양파, 당근, 샐러리, 감자, 토마토홀, 닭육수, 마늘, 파슬리, 올리브오일을 준비 하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렌틸콩을 3시간 정도 물에 불려둔다. 양파, 당근, 샐러리, 파슬리, 토마토홀, 마늘을 잘게 다진 후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물에 불린 렌틸콩을 넣고 닭육수를 부어준다.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소금물에 삶고 올리브오일로 코팅해 200도 오븐에서 로스팅한 후 마늘과 파슬리 그리고 추가로 올리브오일을 넣어 섞어준다. 코테치노는 물에 삶은 후 렌틸콩을 깔고 감자 등과 함께 서빙된다. 세계 어디든 항상 돼지와 동전을 닮은 콩은 부유함과 풍요로움을 뜻한다.
그 밖에 스페인에서는 새해에 종소리와 함께 1초에 한 알씩 포도 12알을 먹는 전통이 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마르치판슈바인’ 이라는 마지팬(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든 반죽)을 돼지 모양을 만들어 행운을 기원하며 불가리아는 포카치아로 첫 날을 식구들과 함께 먹는 전통이 있다. 미국은 기념일마다 빠지지 않는 칠면조 요리로 새해를 맞이하며(미국과 캐나다는 너무 넓어서 제각각 이다) 베트남에서는 바나나 잎으로 감싼 찹쌀떡 안에 녹두와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한 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한다.
이처럼 각 나라 마다 먹는 음식은 다르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은 전세계인이 같을 것이다. 독자분들 모두 2020년 경자년을 맞아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바란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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