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세계 조선업계는 지난한 시장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덩치 키우기에 골몰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우리나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합작법인과 사업법인으로 물적 분할하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합작법인에 현물출자해 통합을 완성하는 시나리오다.
한 달 여 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해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1~2위 조선사의 통합은 그 자체로 세계 조선업계에 큰 이슈가 됐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양사의 수주잔량 척수는 LNG(액화천연가스)선과 해양사업을 중심으로 총 180척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1114만CGT(수정환산톤수), 대우조선해양이 584만CGT로 세계 1~2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양사가 통합하면 525만CGT의 일감을 갖고 있는 일본 이마바리조선과의 격차를 3배 이상 벌릴 수 있다. 특히 통합법인의 LNG선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메가 조선소의 탄생은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곳에 순차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EU 기업결합 통계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접수된 7311건 가운데 33건만 불승인되고 나머지는 모두 통과된 터라 한국 조선소 통합도 긍정적이다.
한국계 공룡조선소의 출현은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 양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업(CSIC)은 7월 두 회사의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두 조선사의 합병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본격화되자 급물살을 탔다. 두 조선소의 빅딜은 올해 12월 마무리되면서 중국선박공업그룹이 공식 출범했다.
통합회사는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757만t(총톤수)을 웃도는 건조실적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CSSC CSIC의 건조량 총합은 1041만t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한 1218만t에 버금가는 데다 일본에서 가장 건조량이 많은 이마바리조선의 455만t을 2배 이상 웃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발 빠른 움직임을 보고만 있던 일본도 결국 통합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3위 조선사인 미쓰비시중공업은 나가사키 소재 2개 조선소 중 일본 최대 선거(dock)를 보유한 고야키조선소를 오시마조선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3월 구체적인 매각 내용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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