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경우 재활용 용기를 버리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다. 재활용 용기 수거날, 그 현장에 가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종이박스와 일회용품들을 볼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가구형태 변화 등으로 갈수록 택배물량이 늘고 있고, HMR시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을 생각한 포장에 대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화주나 택배사 입장에선 어떻게든 완벽한(?) 배송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택배박스가 과대포장되기도 한다. 특히 손상이 가기 쉬운 제품들은 이중삼중으로 포장이 돼 있다. 과대포장의 택배가 가장 큰 문제는 환경 오염이다. 환경을 생각하면 내부 포장재인 스티로폼, 아이스팩, 에어캡 등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여러 기업에서 친환경 포장과 포장에 대한 다이어트가 현실화되고 있다.
마켓컬리는 최근 스티로폼 박스 회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 배송 때 문 앞에 둔 스티로폼 박스를 가져가 재활용업체에 처리를 맡기는 방식이다. 헬로네이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스티로폼과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박스를 쓰지 않기로 했다. 쿠팡은 배송박스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상품을 늘리고 있다. 쿠팡의 자체 브랜드인 ‘탐사’ 화장지 30롤짜리 한 팩을 주문하면 박스없이 제품에 그대로 송장만 붙여 배송한다. 로켓배송 상품도 부피가 작으면 대부분 친환경 비닐봉투를 사용한다. 현대홈쇼핑은 비닐 테이프가 필요없는 친환경 배송박스 ‘날개박스’를 도입했다. 박스 상단과 하단에 친환경 접착제가 부착된 날개가 있어 날개만 접으면 포장이 완료된다. 이와 함께 박스 겉면에 부착되는 운송장 크기도 축소할 예정이다. 화학물질로 코팅된 특수용지를 사용하는 운송장은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현대리바트도 가구포장 폐기물 줄이기에 앞장선다. 배송시 스티로폼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플라스틱도 현재의 20% 수준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제품포장에 사용되는 충전재를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했다. 포장 상자도 축소하고, 상자 표면에 붙이는 테이프도 종이 재질로 교체했다.
이렇듯 다양한 화주와 유통 및 물류기업들이 환경을 생각한 택배박스를 구축하는 것은 현 시대를 반영한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문제는 이 부분이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택배가 성의 없이 온다’고 생각이 들 수 있고 ‘포장 문제로 혹시나 작은 손상이라도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설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소비자들의 인식 변환도 필요하다. 화주 또는 물류기업이 친환경 택배를 도입한다고 해도 택배 안전 부분은 당연히 최우선으로 신경쓸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포장전문가 A씨는 정부의 택배포장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예전에 비해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택배포장 폐기물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과대포장을 더욱 지양하는 추세다. 다만 비규격화로 인한 이중포장이나 과대포장은 택배포장 표준규격을 좀 더 세분화, 현실화하고 회수물류체계가 잘 구축된 분야에는 리터너블 용기 적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일부 홈쇼핑 업체나 개인사업자가 발포완충재를 사용하거나 택배제품을 과대포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을 제대로 계도하기 위해서라도 택배포장 표준화를 정책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의 ‘택배포장 표준규격’을 현실에 맞게 대폭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배포장, 이제는 환경을 생각해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변환이 뒷받침되고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더욱 탄력을 받을 것임은 명약관화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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