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부산항만안내선 운항을 마쳤다는 자부심을 갖고 떠납니다.”
부산항만공사(BPA)의 김남근(61) 부산항만안내선 <새누리>호 선장이 지난달 27일 마지막 뱃고동을 울리고 다음날 퇴임했다. 김 선장은 2004년 10월부터 이 안내선 조타실의 조타기를 잡아 15년간 5000회를 운항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내지 않은 ‘15년 무사고 운항’ 기록을 세웠다. 그가 <새누리>호로 부산항을 안내한 시민은 17만명에 달한다.
27일 오후 마지막 운항을 마친 김 선장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마지막 운항 소감을 묻자 김 선장은 “‘단 한 사람도 불편해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신조였다. 그 신조를 지켰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또 “승객들이 안내선으로 부산항 투어를 마치고 하선하면서 선장인 저와 선원들에게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부산항만공사 직원으로서 공사와 부산항 홍보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후배들의 신임도 두텁다. 홍보부 항만안내선 담당 최현덕 사원은 “김남근 선장님은 항만안내선을 자신의 배처럼 아끼고 책임감이 강한 존경스런 분”이라고 말했다.
김 선장은 이날 승객과 선원들이 모두 하선한 뒤에도 한동안 선상에 머물렀다. 1층 선실을 한참 둘러보다 2층 조타실로 올라가 조타기를 어루만지듯 쓰다듬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보고 싶을 것 같아서 사진에 담아 두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김 선장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황포리 출신인 김 선장은 1977년 울산지방해운항만청에 입사했으며 1986년 부산지방해운항만청으로 옮겼다. 1995년 부산항 감천출장소에서 처음 순찰선을 몰았고, 2000년 <새누리>호의 전신인 <한누리>호 선장을 맡았다. 2004년 설립된 BPA에서 <새누리>호 선장으로 조타기를 잡아 오늘에 이르렀다. 42년간 항만과의 인연을 지속한 셈이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김 선장은 쉬면서 부인(강필숙)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많이 생각나면 집사람과 함께 타러 오겠다”며 혼잣말처럼 말하곤 마지못해 항만안내선을 내려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