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는 수요 부진과 운임 하락이란 쌍끌이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선사들은 일본의 장기연휴인 골든위크 이후 물동량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선적상한선(실링) 달성률도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기(5~6월) 실링은 97%로 설정됐다. 선사들은 전통적으로 2분기 동안 이어지는 수요 강세에 대응하고 맹외(盟外) 선사로의 물량 이탈을 막는다는 이유로 높은 수준으로 상한선을 정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6월 중순 현재 천경해운 장금상선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사들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연휴에 민감한 화물들이 대거 빠지면서 선사들의 수송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식 집계된 물동량은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낙폭이 크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4월 한 달 한일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6만2125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18만4385TEU에서 12.1%(2만2260TEU) 감소했다.
수출물동량이 지난해 3만3679TEU에서 올해 2만7530TEU로 18.3%, 수입물동량이 3만1547TEU에서 3만1270TEU로 1% 각각 감소했다. 환적화물은 13.3% 감소한 10만3325TEU를 기록했다.
이 중 아시아역내지역을 연결하는 3국 간 화물은 9.3% 감소한 8만784TEU,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25% 감소한 2만2541TEU를 각각 기록했다. 시황을 떠받쳐왔던 3국 간 화물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내림세를 보여 선사들의 우려를 샀다. 월간 물동량이 2만TEU 이상 감소한 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시황이 곤두박질 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1월 물동량은 전년 같은 달의 11만3000TEU에서 2만6000TEU 감소한 8만7000TEU에 머물렀다.
수요 부진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강도 담합 조사로 운임도 급격한 하락세를 띠고 있다. 최근 한일 간 수출항로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일부 외국선사들의 경우 이보다 더 공격적인 운임으로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0달러를 호가하던 수준이 오랜 기간 이어졌던 터라 선사들이 받은 충격은 자못 크다. 공정위 조사로 잔뜩 움츠러든 선사들은 운임이 하락하는 상황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맹외선사들의 잇따른 항로 진출도 시황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독일 선사 하파크로이트는 자체 운항하는 한일 간 컨테이너노선에 시미즈항을 추가기항하기로 결정했다. 변경되는 노선은 부산-하카타-시미즈-나고야-고베-하카타-부산 순이다. 이 선사는 지난해도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와 제휴해 부산-도마코마이 노선에 진출하는 등 한일항로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적선사 관계자는 “맹외선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실링을 강화해 운임을 다잡을지 외형을 유지할지를 두고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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