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이 2030년까지 24열 갠트리크레인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차민식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사장은 해운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유치를 위해 시설 확보에 공을 들일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24열 크레인은 현재 건조되고 있는 2만3000TEU급 선박을 수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하역시설이다.
현재 전 세계 조선소에 발주된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총 32척. 현대상선이 12척, 스위스 MSC가 11척, 프랑스 CMA CGM이 9척을 각각 짓고 있다. 이들 선박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현재 광양항은 24열 크레인 4기, 22열 크레인 16기, 18열 크레인 4기를 운영하고 있다. 24열 크레인만 놓고 보면 광양항은 49기를 보유한 부산신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차 사장은 “터미널운영사가 자체적으로 하역시설을 도입하는 게 맞지만 광양항 사정상 공사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별도 예산을 편성해 24열 크레인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4열 크레인 1기 가격은 100억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한편으로 광양항이 지난해 수출입 물동량 3억300만t을 처리하며 국내 1위를 기록했음에도 컨테이너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공사에 와보니 3억t이란 수출입 물동량을 처리하는 국내 최대 수출입항만을 운영하면서도 컨테이너 물동량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을 주고 공사 자체적으로도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
올해 목표 6% 늘어난 255만TEU
그렇다고 컨테이너 물동량 활성화에 소홀하겠다는 건 아니다. 공사는 올해 광양항의 컨테이너 목표를 255만TEU로 정했다. 지난해 241만TEU보다 6% 많은 수치다. 정기항로를 83항차에서 92항차로 늘리고 고질적인 상하차 지연 문제를 해소해 목표를 달성해 내겠다고 차 사장은 다짐했다. 공사는 30억원을 투자해 컨테이너를 상하차할 때 쓰이는 트랜스퍼크레인을 늘려 부두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컨테이너부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위해 3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차 사장은 광양항 배후단지 개발 계획도 소개했다. 현재 광양항 동서측 배후단지 387만㎡의 분양률은 86% 정도다. 지난해까지 50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다. 내년까지 분양률이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추가 배후단지 확보가 공사의 숙제로 떠올랐다. 차 사장은 민자 개발로 계획된 북측 11만㎡ 부지를 국가 주도로 조기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2선석으로 이뤄진 석유화학부두의 체선 해결도 시급하다. 차 사장은 이 부두의 체선율이 지난해 43%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광양항 전체 체선율 2.7%를 크게 웃돈다. 석유화학부두는 화물 특성상 파이프라인이나 로딩암 사용 등의 제약이 있어 일반적으로 체선이 심한 편이다. 차 사장은 정부와 7 대 3의 비율로 301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2022년까지 2선석 규모의 제2석유화학부두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시설계용역을 거쳐 내년에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차 사장은 포스코 전용부두의 임대료 현실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부두운영사(TOC)로 지정돼 5개부두 19개선석을 운영 중으로, 전체 임대료는 25억원이다. 하지만 이들 부두 유지보수에만 86억원이 소요돼 공사는 매년 5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포스코부두의 낮은 임대료를 두고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차 사장은 포스코부두를 TOC부두에서 임대부두로 전환하는 한편 임대료도 130억원 수준으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반기까지 임대차 조건을 확정한 뒤 하반기에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한편으로 공익실현에 공사의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항만공사와 지역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이 전기값을 올린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그 지역민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 않나. 하지만 항만은 건설이나 재배치, 임대료가 그 지역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작동한다. 항만의 발전이 지속적인 방향으로 이뤄지려면 시민사회 상공회의소 자치단체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특히 자치단체는 선출직들이라 민주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했다. 이렇게 각종 사업을 현장에서 발굴해 내는 것도 해양수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우리말로 된 경영방침도 설정했다. ‘배우고 생각하자, 살피고 풀어가자, 모으고 이어가자’가 그것이다. “초등학교 교훈 아니냐고 의아스러울 수도 있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논어 구절과 모든 세상의 소리를 들으라는 부처의 가르침, 전통을 계승하고 이어나가고 횡적으로는 항만고객들과 제휴하고 항만공사 내부에서도 싸우지 말고 협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차 사장은 2011년 8월19일 출범 당시 1조812억원이었던 공사 부채가 지난해 말 현재 3953억원으로 줄었다고 소개했다. 자본 1조4071억원 대비 28%인 부채비율은 2021년엔 17%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공사 부채는 40% 선이 적정하다고 본다며 3000억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해 항만 발전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임을 시사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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