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중 간 카페리선시장이 여객과 화물 부문의 쌍끌이 성장을 일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17개 카페리항로 수송실적은 여객 149만9944명, 화물 56만4644TEU를 기록했다. 2017년의 126만9979명 52만7026TEU에 견줘 여객은 18%, 화물은 7% 증가했다.
여객은 중국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해제와 여객정원을 대폭 늘린 신조선 운항, 화물은 대룡해운의 평택-룽청 노선 재개와 석도국제훼리의 군산-스다오 제2 노선 신설 등이 실적 성장의 배경이다.
사드사태로 침체에 빠졌던 여객 수송실적이 두 자릿수 성장하며 150만명을 목전에 둔 건 반가운 대목이다. 2016년 152만명에 이르던 한중 카페리선 이용객은 1년 새 120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중국정부가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금지하는 이른바 ‘금한령’을 발령한 게 이유였다. 소무역상(보따리상) 없이 단체관광객 위주로 운영되는 북중국 노선의 피해가 심각했다. 진인해운의 인천-친황다오, 범영훼리의 인천-잉커우, 진천국제항운의 인천-톈진 노선 등은 70%대 안팎의 역신장을 신고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지난해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2017년 45%가 채 안 됐던 평균 승선율은 지난해 49%를 뛰어넘었다. 특히 지난해 12월엔 58%대까지 치솟았다. 같은 달 일조국제훼리가 운항하는 평택-르자오 노선은 93%의 여객 승선율을 찍었다. 화물선을 운항 중인 대룡해운의 평택-룽청 노선을 제외한 16개 노선 중 11개 노선이 성장세를 띠었다.
여객 부문에서 가장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일군 노선은 인천-톈진이다. 무려 2.8배의 성장을 거두며 사상 최고치였던 2016년의 7만2400명을 뛰어넘었다. 연운항훼리의 인천-롄윈강도 2.6배 늘어난 증가율로 11만명을 돌파했다. 두 노선 모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태우기 시작해 4분기부터는 한 항차당 500명 안팎의 관광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한중 카페리업계 최초로 신조선을 도입한 화동해운의 인천-스다오 노선은 20% 늘어난 17만2100명으로 지난해 한중카페리선사 중 1위를 차지했다. 화동해운과 연운항훼리는 1000명 이상의 수송능력을 갖춘 신조선을 도입한 게 여객영업에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군산-스다오 노선은 선박이 1척 더 투입되면서 기존 제1노선이 감소세를 띠었지만 전체 실적으로 보면 30% 신장했다. 이 밖에 인천-칭다오(위동항운) 인천-옌타이(한중훼리) 인천-친황다오 등도 높은 여객 신장을 거뒀다.
5만TEU 수송노선 2곳으로 줄어
화물은 전체 합계에선 성장세를 띠었지만 개별 선사 기준으로 보면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17개 노선 중 절반 정도인 8개 노선이 마이너스성장한 데서 화물수송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엿볼 수 있다. 수요 증가의 과실을 절반의 선사만 향유한 셈이다.
2017년 5곳이었던 5만TEU 이상 수송 노선도 지난해 인천-웨이하이 평택-르자오 2개 노선으로 급감했다. 한중카페리항로 맏형인 위동항운은 시장 부진 속에서도 인천-웨이하이 노선에서 물동량 성적 1위를 수성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화물부문은 한중 카페리선사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물동량 성적이 곧 선사들의 한 해 재무제표를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지난해 여객이 사드사태 후유증을 털고 호조를 띠었음에도 선사들이 밝게 웃지 못하는 이유다.
공급 증가가 화물수송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대룡해운이 운항하는 평택-룽옌 노선이 중단된 지 1년2개월 만에 재개했다. 대룡해운은 지난 2017년 12월26일 팬스타페리에서 용선한 로로화물선 <스타링크원>을 앞세워 뱃길을 다시 열었다. 2년6개월간 화물선을 운항하다 신조 여객선으로 교체하는 조건이었다. 평택-룽옌 노선은 운항 재개 이후 지난해 2만3700TEU를 수송했다. 운항 중단 전 실적인 4만3000TEU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경쟁노선이 타격을 받기엔 충분했다. 평택-룽옌 노선 중단의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렸던 평택-웨이하이 노선이 대표적이다. 이 노선을 운항 중인 평택교동훼리는 지난해 유일한 두 자릿수 감소라는 부진을 맛보며 힘들게 올라갔던 5만TEU 고지에서 다시 내려왔다. 지난해 11월 신조선을 투입하며 심기일전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2 군산-스다오노선의 신설도 시장 수급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신설 노선이 지난해 실어나른 화물은 1만4300TEU다. 석도국제훼리는 뱃길을 새로 여는 대가로 기존 노선의 대폭적인 후진을 감수해야 했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물동량은 늘어났지만 공급도 같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진 모습”이라며 “특히 신규 항로가 들어오면서 운임이 하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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