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7 09:01

여울목/ 금융논리 해운구조조정 되풀이돼선 안된다

현대상선의 부산신항 전용부두 재확보는 금융논리의 해운 구조조정이 한국해운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쳤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상선은 지난 15일 싱가포르 PSA와 부산신항 4부두 공동운영에 합의했다. 부두 지분을 두 회사가 50%씩 나눠 갖는 한편 현대상선에서 최고경영자, PSA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임명한다는 내용이다.

현대상선은 기본합의서 체결로 4부두 지분율을 현재의 10%에서 50%로 끌어올리게 됐다. 재무적투자자(FI)인 IMM인베스트먼트가 갖고 있던 지분 50%를 현대상선과 PSA가 각각 40% 10%씩 나눠 인수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0년 4부두 운영사인 현대부산신항만(HPNT)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로 구성된 뉴오션웨이유한회사를 FI로 유치해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지분 구성은 현대상선 50%+1주, 뉴오션웨이 50%-1주였다.

이후 뉴오션웨이가 현대상선에 투자금 회수를 요구했고 2014년 IMM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와스카유한회사가 뉴오션웨이 보유 지분 전량을 2500억원에 인수하며 FI가 바뀌었다. 2016년엔 현대상선이 보유 지분 40%+1주를 PSA에 800억원에 매각함으로써 또 한 차례 지분율은 변화를 맞는다. PSA 40%+1주, 현대상선 10%, 와스카 50%-1주다.

2년 전 현대상선의 부두 매각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한 결과였다. 채권단은 국적선사들이 재정위기에 빠지자 자산 처분을 강요했다. 이른바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이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돈이 되는 건 뭐든지 팔았다. 벌크선과 LNG 전용선사업, 항만터미널사업, 컨테이너장비, 금융계열사 등이 팔려나갔다.

문제는 팔아버린 자산들이 모두 견실한 알짜사업이었다는 점이다. 핵심자산을 대거 처분한 두 선사는 오히려 경영파탄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해운 문외한인 금융당국의 섣부른 구조조정이 한국을 대표하는 해운기업에 치명상을 안긴 꼴이다.

한진해운 전용선 사업을 인수한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해 23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반면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은 파산 수순을 밟은 데서 근시안적인 구조조정 정책이 한국해운에 얼마나 큰 독이 됐는지 알 수 있다.

전용부두 매각은 또다른 어려움을 야기했다. 현대상선은 HPNT와 2023년까지 매년 70만TEU 이상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한편 물량에 상관없이 하역요율을 매년 3%씩 올려주기로 계약했다.

그 결과 다른 부두에 비해 20~30% 높은 하역료로 부두를 이용해왔다. 180만TEU를 처리한 지난해엔 350억원의 추가 비용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6년간 경쟁선사보다 2000억원 더 비싼 하역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각 당시 부산항 터미널 지분을 국내기업이 아닌 해외기업에 넘긴 걸 두고 해운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현대상선이 부산항에 다시 자가터미널을 마련한 건 의미가 크다. 자국 모항에서 전용부두를 갖지 못하면서 생겼던 여러 불리한 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특히 HPNT와 맺은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개선해 비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지분 인수에 200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점은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년 전 금융당국의 채근에 못이겨 낮은 가격에 부두를 판 게 운영권을 되찾는 데 1200억원을 더 주게 된 배경이다.

해운기업의 경쟁력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우리 선사들은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벌크전용선과 LNG운송 항만운영사업 등을 함께 하며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산업적 특성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고 팔다리 자르기 식의 구조조정을 강요해 한국해운을 큰 어려움에 빠뜨렸다. 현대상선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이 금융의 잣대에 휘둘려 퇴보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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