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륜차 기사들의 무법행위에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차선을 넘어 질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을 위협하며 인도를 가로지르는 일도 다반사다. 창조경제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에서 물류스타트업으로 승승장구하던 메쉬코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1원의 가치를 만드는 기업”을 표방하며 시장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기사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이륜자동차 기사는 택배기사와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된다. 말하자면 한 건이라도 더 배송해야 더 많은 수익이 돌아오는 구조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신호를 위반하기 일쑤고, 시민들을 위협하며 차선을 넘고, 인도를 질주한다. 극단적으로 보면 시장이 그들을 도로 위 폭주자로 내모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행여 사고라도 발생하면 기사들이 생활고를 겪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당장 살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간혹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이륜차 배달직이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다. 이륜자동차시장이 법제화 되면 그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논리다. 이는 이륜차시장이 음지화 돼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문제가 있는 걸 알고도 대충 봉합해버리면 이륜차시장의 혁신과 발전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라스트마일(말단배송)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 앞에선 침묵한다.
대기업 플랫폼은 좀 다를까? 삼성SDS는 IT와 컨설팅을 결합한 4PL(4자물류) 사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단순한 IT기업에 가깝다. DHL이나 UPS와 같은 전통적인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물류인프라를 구축하고,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미국의 아마존 역시 IT와 플랫폼 역량에 더불어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통해 물류혁신을 도모했다. 심지어 아마존은 막대한 돈을 투입해 항공화물 허브를 구축하는 등 물류부문의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물류플랫폼 기업들은 어떠한 사회적 책임과 위험부담(리스크)를 지는지 의문이다. 다단계 운송시장 구조에서 가장 말단에 있는 이륜차기사나 화물차기사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장시간 무리한 운행을 감행한다. 눈·비를 맞고 현장을 누비며 고객들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건 그들이고, 그 덕분에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우리나라 운송시장의 후진적인 구조를 선진화했다고 생각한다. 물류센터를 직접투자하고, 배송직원(쿠팡맨)을 직접 고용해 서비스 품질을 높였으며, 이를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 쿠팡은 올해도 6000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럼에도 많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댓글에 쿠팡이 잘됐으면 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는 쿠팡의 모습에 감동한 게 아닐까. “깨끗한 1원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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