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해상운송인의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
1. 운송물의 선적 및 적부에 관한 의무와 책임
상법 제795조는 해상운송인의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상법 제795조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
①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積付)·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해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했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운송인은 선장·해원·도선사, 그 밖의 선박사용인의 항해 또는 선박의 관리에 관한 행위 또는 화재로 인해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 다만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선적이란 운송물을 선박 내에 반입하는 것을 말하고, 적부란 운송물을 선창 등의 장소에 계획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말하는데, 송하인이 자기의 책임하에 하는 경우와 운송인이 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개품운송계약에서는 운송인이 선적, 적부하는 것이 보통이며, 이 경우 운송인은 선적, 적부에 관해 상당한 주의를 다해야 한다. 한편, 컨테이너 화물은 갑판적하는 것이 실무이지만 이러한 실무 또는 관습이나 특약이 없으면 운송물을 선창 이외의 장소에 적부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러한 운송물에 대한 운송인의 주의의무는 운송인이 운송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일반적인 의무이지만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항해과실로 인해 생긴 것이거나 화재(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 제외)로 인해 생긴 것인 경우에는 항해과실 또는 화재를 야기한 행위가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은 면책된다.
2. 운송물의 고박에 관한 의무와 책임
운송물을 선적, 적부하기 위해는 운송물이 항해 중 흔들려 손상되지 않도록 적절히 고박(Lashing)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운송 중 운송물이 손상되는 경우 이러한 고박작업과 관련해 운송물의 고박에 관한 의무가 운송인에게 있는지 여부와 그 책임의 유무 또는 범위가 문제될 수 있다. 운송인의 고박에 관한 책임의 존부 및 범위는 운송계약조건에 따라 달라질 것이므로 개별사안별로 계약조건에 따라 고박작업의 주체, 작업방법, 손상의 원인, 인과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무상 컨테이너화물은 선하증권상에 소위 부지약관을 두어 송하인측에서 컨테이너 화물적입과정에서 고박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벌크화물의 경우에도 FIO계약조건에 따라 송하인측이 고박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하 FIO계약조건과 선하증권상의 부지약관을 중심으로 운송인의 적부, 고박에 관한 의무와 책임에 관해 살펴본다.
II. FIO계약조건과 운송인의 적부, 고박에 관한 의무와 책임
1. FIO조건의 의의
FIO조건에서 FIO는 통상 항해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에 하역작업과 관련해 선적시에도 선박소유자가 자유롭고 양륙시에도 선박소유자가 자유롭다는 뜻의 Free In & Out의 약어로서 FIO조건은 선박소유자는 선적작업과 하역(양륙)작업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용선자가 스스로 처리한다는 소위 선적·양륙비용 화주 부담의 계약조건을 말하며, 선적·양륙비용 및 적부비용 화주 부담 조건인 FIOS(Free In & Out and Stowed)와 개념상 구별된다. 이와 관련해 위 계약조건이 단순히 비용 관계만 정했다고 볼 것인지 의무와 책임까지도 정한 것으로 볼 것인지가 논란이 된다.
대표적인 항해용선계약의 표준서식인 젠콘(GENCON)서식은 “운송물은 용선자에 의해, 선박 소유자는 위험과 책임과 비용에 대해 전혀 부담하지 않고, 선창에 내려져서 선적되고, 적부되고, 골라지고 양륙돼야한다(The cargo shall be brought into the holds, loaded stowed and/or trimmed, tallied, lashed and/or secured and taken from the holds and dischreged by the Charterers, free of any risk, liability and expense whatsoever to the owners)”고 기재돼 있는바, 젠콘서식과 같이 화주가 선적과 양륙의 위험과 책임을 부담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한 경우에는 운송인의 위험과 책임까지도 포함해 용선자의 부담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 기재없이 단순히 FIO조건으로 한 경우에도 젠콘서식의 사용이 업계에 관행화돼 있으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비용뿐만 아니라 위험과 책임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결국 계약문언에 따른 당사자 의사해석의 문제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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