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만 해선 안 된다. 광양항은 다목적부두다.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방희석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사업계획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방 사장은 컨테이너와 벌크 등을 모두 합한 전체 물동량에선 여수광양이 전국 항만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실상부한 산업거점항만이란 얘기다.
“수출입 물량으로만 보면 여수광양항이 부산보다 6000만t 정도 많다. 부산항은 환적화물이 1억t 있어서 총 3억5000만t에 이른다. 우리가 2억8000만t이다. 국내 경제 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는 곳이 여수광양이다. 여수광양에서 나오는 관세가 어느 항보다 많다. 여천 등의 산단에서 나오는 관세만 5조 정도 된다.”
연장선상에서 컨테이너 중심의 투포트 정책(양항정책)은 현재의 광양항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에둘러 말했다.
“컨테이너는 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인천 평택 목포 (포항)영일만항까지 컨테이너부두를 운영 중이다. 투포트가 90년대 쓰던 개념인데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물동량이 넘칠 때 (부두를) 새로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나온 게 투포트다. (현재는) 내부적으로만 얘기하고 공개적으로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래사업팀 신설…신규 사업 창출 본격화
방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취임한지 4개월째 되던 지난달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인재육성팀과 미래사업팀, 물류단지팀이 각각 신설됐다. 이 가운데 미래사업팀은 신성장동력 창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지금까지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공사는 경영평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신규사업을 창출해서 올해는 최소한 B를 받아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부채를 줄이려고만 하는 건 좋은 해법이 아니다. 돈을 빌려서라도 새로운 사업을 해야겠다는 각오로 가자마자 조직을 개편했다.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영성과 창출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YGPA는 석유화학부두 저장시설 운영, 임대컨테이너 장치장 건설, 묘도 LNG 벙커링 기지 건설 등의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방 사장은 첫 과제로 석유화학 저장시설 운영을 들었다. 지난달 17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석유화학부두 배후부지 1.3만㎡에 공용저장시설 6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설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 고질적인 광양항 체선체화가 크게 완화될 거로 기대된다.
“공사에서 주도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고 기업과 산단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이 사업은 공사) 재무건전성에도 도움이 된다. 13%의 ROI(투자수익률)가 나오는 걸로 조사됐다. 재원을 확보해서 투자하려고 한다.”
임대컨테이너 장치장 조성사업의 경우 컨테이너 물동량 증대 정책의 하나다. 공컨테이너장치장 3블록을 임대컨테이너 전용장치장으로 전환해 자연스럽게 물동량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컨테이너 수리와 세척 설비를 확보해 연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컨테이너 중심으로 생각하다보니 (광양항이) 인천보다 아래로 인식되고 있다. 인천항이 300만TEU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광양항은 한진해운이 있을 때 300만TEU를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어렵게 됐다. (물동량) 지원 사업으로 임대 컨테이너 거점화를 추진하고 있다.
광양항에 야드가 많다. 이를 활용해 임대 컨테이너 장치장을 만들어서 중국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컨테이너임대업체들이 광양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물동량도 창출하고 항만의 시설도 활용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방 사장은 컨테이너부두의 열악한 상황도 덧붙였다.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노정하고 있다. 2014년 234만TEU였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년 후 233만TEU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225만TEU까지 줄어들었다. YGPA는 올해 목표를 2015년과 같은 수준인 233만TEU로 정했다.
물동량이 약세를 띠다보니 부두운영사들의 수입원인 하역료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례로 머스크가 파트너인 CJ대한통운 광양부두의 경우 하역료가 3만5천원선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광양항에서) 가장 어려운 게 컨테이너다. 시설은 많고 화물은 없다. 지금 세 곳으로 나뉘어 (부두를 운영하고) 있는데, 경쟁이 심해서 중국에서 100달러를 받고 있는 하역료를 4만원도 못 받다보니 적자가 나고 있다. 아울러 항만시설이용료 면제금액은 280억원이나 된다. 정부 세금으로 (외국선사를) 지원하는 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이다. 터미널사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한진해운을 인수한 SM상선이 다시 광양항 기항에 나서면서 줄어들었던 노선 수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진해운 사태 이후 주당 82항차까지 떨어졌던 해운서비스는 올해 6월 말 현재 87항차까지 회복했다.
YGPA는 2M+H,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3강 체제로 재편한 원양선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확대해 노선 수를 95항차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남성해운 천경해운 등의 국적 근해선사 유치에도 공을 들여 최대 10만TEU의 물동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동차부두 연말까지 4선석 확보
방 사장은 막대한 부채로 출범한 YGPA가 전국 항만공사 중 가장 부채율이 낮은 기관으로 거듭났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2011년 8월 출범 당시 1조800억원대였던 금융부채를 올 연말까지 4200억원대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초기 63.5%였던 부채율은 32%로 떨어지게 된다.
“해양연구소 해양수산개발원(KMI) 등 바다와 관련된 곳에서 40년 가까이 일했기 때문에 광양항에 특히 애정이 있다. (중앙대 교수직을) 정년퇴임 하고 석좌교수로 있는 동안 부름을 받아 YGPA 사장으로 오게 됐다. 앞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남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와서 보니 부채로 시작을 했는데 이제는 부채를 조금 벗어나는 거 같다. 앞으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서 재무건전성을 높여 나가겠다. 특히 수입원을 다양화해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출범 첫 해 자동차 환적화물과 항만배후단지 활성화를 통한 매출액은 234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90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113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는 자동차 환적 중심기지 도약 청사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지난해 6월 현대글로비스를 자동차부두 운영사로 선정한 뒤 현재 인프라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3-2단계 2선석에 더해 연말까지 추가 2선석을 확보할 예정이다. 189억원이 투자된 포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15년과 2016년 114만대 105만대를 처리한 광양항은 올해 120만대의 자동차 물동량 유치를 목표로 정했다.
“광양항이 울산항의 한계를 보완하는 자동차 수출입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수출 기지 기능을 하면서 차츰 환적물동량 등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에 맞춰 더불어 사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가 고용창출이다. 최근 신설한 인재육성팀은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방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아울러 ‘더불어 성장하는 YGPA 일자리기획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사장을 위원장으로 미래일자리창출팀 항만일자리창출팀 일자리창출지원팀을 구성해 매주 회의를 갖고 있다. 아울러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연구용역을 이달부터 추진한다.
“간접 고용 형태로 공사에서 계속 업무를 하고 있는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근로자 304명 중 비정규직 인원이 142명이다. 이 가운데 7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5년간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려 고용 59명을 만들 계획이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신규 사업이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여러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얘기해서 재원을 마련해 나가겠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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