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80번째를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로 설정한 가운데, 과제 수행을 위해 도입한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국정과제 이행 전문가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양수산 국정과제 이행전략 세미나’에서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정책연구실장(
윗 사진)은 “제도 도입 단계부터 완결성 높은 정책 입안이 중요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김 실장은 과거 도입한 해운 지원 제도에 대해 ‘안정성’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줬다. 선박투자회사제도는 선진국에서 적용 중인 고속상각제도, 소득 상계처리,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보다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선박등록특구나 톤세제는 일몰제로 운영되다보니 3년마다 연장 여부를 다시 정해야 하는 제도적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그는 “제도의 불안정성으로 해운기업이나 정부 지자체 투자자 등이 혼선을 빚는 사회적 비용이나 제도 유지를 위한 해운업계의 요구비용, 정부간 협의를 위한 정책비용 등이 발생한다”며 “이는 곧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법, 친환경 전환 폐선보조금, 한국해운연합(KSP) 보조금 등의 해운지원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법 제도 정비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국 폐선보조금 1.2조원 지원
정부는 해운 지원 정책으로 해양진흥공사 설립과 KSP 결성, 친환경 폐선보조금 지급, 국가필수해운제도 도입 등을 추진 중이다. 이 중 해양진흥공사는 올해 공사법을 제정하고 내년 발족해 해운기업을 원스톱 지원하게 된다. KSP는 이달 8일 협약서를 체결한 뒤 중복노선 구조조정과 신항로 개척 등의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폐선보조금은 내년 외항선박을 시작으로 2020년 연안화물선으로 확대해 2022년까지 100척의 신조선박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국가필수해운제도는 2019년 도입될 예정으로, 비상시 화물운송체계를 구축하고 화주의 국적선사 이용 비율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 실장은 이 중 해양진흥공사는 선박건조 지원과 용대선 사업을 주업무로 하는 동시에 보조금 지급, 해외 터미널 투자 등의 국가정책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근한 예로 주택공사가 공공분양과 임대 등 주력사업 외에 토지매수 산업물류단지 건설, 해외산업단지 투자, 남북경협사업 등 국가정책사업 지원 기능을 병행하고 있다.
폐선보조금의 경우 중국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해운기업에 70억6000만위안(약 1조1665억원)의 잠재적인 폐선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장기업(A주)엔 45억1000만위안(약 7451억원)을 지원했다. 코스코 등 중국 3대선사 지원 규모는 4995억원이었다.
김 실장은 한국 선대규모가 중국에 견줘 재화중량톤(DWT) 기준으로 40%, 척수 기준으로 34%인 점에 미뤄 우리나라의 폐선보조금 규모는 중국의 40% 수준인 4666억원, 주요 해운기업 보조금은 2980억원 정도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조선 재도약 기반 센터 구축도 국정과제 이행 전략에 포함됐다. 김 실장은 조선산업은 선박 공급자 역할, 해운산업은 선박 수요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긴밀한 연계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해운조선관측센터를 설립해 시장동향과 신기술, 국제협약 변화 등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3년 오시마조선소 NYK 등 해운조선기업이 참여한 마리타임 이노베이션 재팬(MIJAC)을 설립한 바 있다.
이밖에 해외 주요 해운항만 거점에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해운물류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해운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부가가치 항만 정책으로 전환 필요
김근섭 KMI 항만정책연구실장은 국내 항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항만 도서 지역 생활환경 향상, 4차 산업혁명 주도를 위해 관련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항만법에 국가관리도서항을 신설하고 지역발전법을 별도 제정해 항만 지역의 재개발사업과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다.
아울러 해양산업클러스터법을 개정해 지정 가능 구역을 유휴항만구역에서 주변지역까지 확대하고 세제혜택도 현행 산업단지 수준에서 특구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처별로 분리돼 있는 국제물류산업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법령 제정도 아이디어로 제시됐다.
토론자로 나온 현대상선 최윤성 재경본부장(상무)은 “국적 원양컨테이너 선사의 위상 회복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친환경 고효율의 대형 컨테이너선 신조를 통해 2022년까지 100만TEU 이상의 선복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정책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또 “국적 컨테이너선사의 글로벌 영업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국내외 거점항 확보가 긴요하다”며 “허브앤드스포크 네트워크 전략을 수립해 부산항과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항만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빈 지니집 대표는 “항만의 기능이 기존 컨테이너 벌크 여객 터미널 중심에서 부가가치 창출로 변화하고 있다”며 “하드웨어 중심, 수출입 기능의 항만 투자가 아니라 SCM(공급망관리) 허브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항만을 자유무역구역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공항과 연계해 해상으로 수입된 화물을 공항을 통해서 해외로 수출하거나 상하이나 칭다오처럼 전자상거래 물량을 인근 국가로 내보내는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정부개발원조)를 통해 동남아항만 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해 북한 나진이나 러시아 등 극동 항만을 국가 자산화할 수 있는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개호 의원 김태흠 의원 황주홍 의원이 주최했으며 KMI에서 주관, 해양수산부에서 후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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