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가 지속적인 운임 상승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선사들의 자체적인 공급조정이 시황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중남미항로를 기항하는 선사들은 선복 줄이기를 통한 고운임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남미 동안향은 지난해 머스크·MSC 컨소시엄이 MOL과 서비스 통합에 나서는 등 지속적인 공급 줄이기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0달러 후반대의 고운임을 유지해 왔다. 5월 들어서면서 동안향 운임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에 따르면 12일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향 스폿(현물수송)운임은 TEU당 3284달러를 기록해 5일 대비 500달러 가량 인상됐다. 산투스향 운임이 TEU당 3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발 운임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월초 TEU당 2000달러 중반대를 찍던 운임은 중후반부터 30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한국발 서안향 운임은 TEU당 2000달러 선에서 롤러코스터 시황을 보이고 있다. 3월 중순만 하더라도 운임이 1000달러 아래까지 추락했지만 4월부터 운임이 15일 간격으로 500~1000달러씩 치솟고 있다. APL MOL NYK가 공동 운항하던 주간 서비스가 임시 중단되면서 이 항로 선복이 약 15% 가까이 줄어든 여파다. 세 선사는 MSC CMA-CGM 하파그로이드 등의 선복을 임대(슬롯차터)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선복 할당량이 2015년 대비 반 토막 났고, 당시 소석률은 기본 70%는 넘는 상황이었다”며 “세 선사가 주간 서비스를 없애고 다른 선사의 선복 빌리기에 나서면서 소석률이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시황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서안향에서 TEU당 300~500달러, 동안향에서 TEU당 500~6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에 나섰다. 선사들은 GRI를 계획대로 실시하고 있지만 운임이 오르자마자 다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부 선사는 다음달에도 서안에 TEU당 750달러의 추가 GRI를 계획하고 있다. 선복이 부족하면 GRI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중국발 남미 동안향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은 선복 조정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SSE는 “일부 선사가 선복 조정에 나서면서 평균 소석률이 90~95%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발 동·서안향의 소석률도 중국발 물량의 꾸준한 성장세와 선복 감축 노력으로 100%에 가까운 상황이다. 특히 서안은 공동 운항 주간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지난달에도 100%에 가까운 소석률을 기록했다. 이 서비스의 임시 중단이 완전 폐지로까지 이어질 지가 관전 포인트다. 호황을 노려 선박을 추가 투입하는 순간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선사들의 영업실적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면서 중남미항로는 몇 안 되는 고수익 항로로 떠오르고 있다.
한 항로 관계자는 “선사들이 선복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비스 축소로 고운임 유지를 노리는 것 같다”며 “시황이 좋다고 판단해 선박을 추가 투입하면 곧장 운임이 내려가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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