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장수기업으로 꼽히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난해 성과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디지털 제조업(Digital Industirial)을 하겠다고 언급하며, 미래의 경쟁자로 구글과 같은 디지털 기업을 지목했다.
많은 기업들은 GE가 도입했던 6시그마(Six sigma), 바이털 커브(Vital Curve), 크로톤빌 리더십센터 등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다. ‘앞으로 GE처럼 디지털화를 추진해야만 하는 것일까?’ GE를 예의주시하던 기업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 황인경 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화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초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례로 미국의 종자·비료 회사인 몬산토(Monsanto)는 디지털 농업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농부들은 현장에 나가지 않더라도 컴퓨터나 태블릿을 이용해 풍향, 온·습도, 토양의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씨를 뿌리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도 알 수 있다. 몬산토는 이러한 시스템을 점차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관점에서 소프트웨어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적인 솔루션에 가까웠다. 가령 ERP, SCM, 생산자원계획, 유연생산시스템, CAD/CAM 등 다양한 솔루션들이 기업 생산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앞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높이지 않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디지털 아메리카(Digital America)’라는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로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디지털 혁신은 모든 산업에서 끊임없이 나타날 현상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인 기업들이 하드웨어에 안주하며 움직이지 않으면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기업들이 기존 사업들을 혁신해 나갈 것이란 것.
이러한 변화는 물류산업에서도 감지된다. 글로벌 선사 머스크(MAERSK)는 지난 3월 IBM과 상호협력을 체결하고 자사의 물류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화물을 수송하는 선사, 화주, 항만 등 수 많은 주체 사이의 인수 과정이나 거래를 더 투명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의 이해관계자에 의해 타당성을 검증받는 분산 장부 시스템을 뜻한다. 국내기업 가운데는 4자물류(4PL) 서비스를 주창하는 삼성SDS가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SDS는 IT 물류 솔루션 ‘첼로’를 선보인데 이어, 최근 블록체인 활용을 예고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신규 시장 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딜로이트 디지털혁신센터 존 하겔 의장은 디지털화를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시장에서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터쉬만 역시 기술 변화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갖은 종류의 시행착오를 통해 고생스럽게 학습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한다. 많은 기업들은 이제 갈림길에 섰다. 성장통을 겪으며 도약하거나, 현재에 안주하며 도태되거나.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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