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 개장 후 첫 모선을 무사히 출항시켰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부두개장준비 TF팀에서 부두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운영전산시스템 개발에 참여했죠. 처음 접해본 자동화 시스템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첫 모선을 깔끔하게 처리하니 그동안의 고단함이 한 순간에 풀어졌죠.”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 운영팀에서 플래너를 맡고 있는 최진혁 차장은 인천항 최초 시도였던 자동화터미널 SNCT의 성공적인 개장을 잊을 수 없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플래너는 선박의 입출항계획, 양적하 작업계획, 터미널에 반입되는 컨테이너의 장치계획 등 부두 운영을 ‘TOS’라는 전산 시스템으로 진두지휘한다.
SNCT는 약 8년에 이르는 상·하부공사를 거쳐 지난 1월1일 전면개장했다. 인천항 최초로 야드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한 컨테이너전용터미널로, 최신형 하역장비와 정보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120만TEU를 하역할 수 있다.
최 차장은 항만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공교롭게도 4년간의 항해사 생활 덕분이었다고 운을 뗐다.
“항해사 생활이 한참 힘들 때였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하선했던 날, 집사람이 쌍둥이를 낳았어요. 다시 승선하려니 발길이 안 떨어졌죠. 결국 항해사 생활을 관두고 목포로 내려가 구직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러다 한 선배가 광양항의 한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플래너로 일해보라고 제안했어요. 플래너로 경력을 쌓다보니 선광으로 이직할 기회도 잡았죠.”
부두에서 일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최 차장. 하지만 우연찮게 접한 부두 업무는 그를 입사 13년차 ‘선광맨’으로 만들었다. 그는 인천 남항에 위치한 선광인천컨테이너터미널(SICT)을 비롯해 SNCT의 개장을 책임지는 등 핵심 개발자로 성장했다.
플래너가 가장 곤혹스러울 때는 선박들의 입항 스케줄이 겹칠 때라고 한다. 정기선은 입항 시간 엄수가 생명이지만 각종 변수로 정시 입항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선석 배정권을 쥐고 있는 그로선 가장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한참 전에 입항해야 할 선박이 늦어져서, 적기에 접안하려는 선박과 시간이 겹칠 때가 간혹 있어요. 플래너는 하역 작업예상시간을 예측해 각 선박의 입항시간을 조율해야 하다 보니 양측의 양보를 얻어낸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업무 노하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후배 직원들과의 소통을 꼽았다. 이견이 있을 땐 각자의 생각을 공유해 모두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현장에서도 업무가 원활히 진행된다고 한다. 특히 플래너는 연중 설과 추석 명절 이틀만을 쉬고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직원 간의 단합과 소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함께 협업할 때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We believe the best results are achieved when we work together!)”는 SNCT의 모토처럼 그는 직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협업으로 SNCT의 24시간을 책임질 것을 다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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