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개월차를 맞은 부산북항의 통합법인(신선대부두+감만부두)이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부산항터미널주식회사(BPT)는 22일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1월 실적이 6억원대의 순이익을 냈다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6년 동안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가 하나로 합치면서 통합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리고 있는 셈이다. 반쪽짜리 통합에 불과하다는 지적에다 한진해운 파산선고까지 겹쳤지만 부산항터미널은 비용감축 등의 자구노력과 국적 근해선사 유치에 주력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부산항터미널의 전신인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는 오랫동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신선대부두는 2015년 -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72억원 대비 적자가 확대됐다. 감만부두는 2015년 -1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115억원 대비 적자가 소폭 개선됐지만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했다.
부산항터미널은 통합 이후 각종 비용압박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선 유휴선석 두 개를 부산항만공사(BPA)에 반납해 매년 140억원씩 내오던 임대료를 아끼게 됐다. BPA가 통합인센티브 명목으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부두 임대료의 7.5%씩을 삭감해 총 30억원의 비용을 줄이기도 했다. 여기에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의 하역요율 단일화, 유류비 절감 등의 효과로 연간 70억원이 넘는 비용을 털어냈다.
부두 운영사들의 적자 배경은 임대해놓고 놀리는 유휴선석에서 비롯된다. 주요 고객선사들이 하역작업을 신항에서 대거 처리한 것은 덤이었다. 북항 운영사들이 선석 한 개를 임대하는데 드는 비용은 연평균 70억원에 달한다.
선석당 적정 컨테이너 처리물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50~55만개다. 50만TEU 수준은 유지해야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하역사들은 말한다. 통합법인 출범 전 선석당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기준치에 못 미친 45만TEU 수준에 그쳤다. 두 부두로서는 선석 반납이 필연적이었던 셈이다.
부산항터미널은 지난해 12월5일 유휴선석 2개를 반납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월까지 감축된 임대료만 34억8천만원에 달한다. 부산항터미널은 올해 선석당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52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항터미널이 처리할 물동량은 아시아역내항로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BPA에 따르면 지난해 북항은 아시아역내항로 노선을 대거 유치하면서 노선 수가 전년대비 26% 늘어나 노선 점유율도 42%로 상향 조정됐다. 부산항터미널은 신규 기항 선사를 유치하면서 추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부산항터미널이 처리한 물동량은 29만4천TEU로 전년동월 26만3천TEU(신선대부두+감만부두) 대비 11.8%의 성장세를 거뒀다.
신규 노선 대거 유치해 재기 나선다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의 북항 신규 기항도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부산항터미널은 지난해 통합을 준비하면서 국적선사들과 외국적선사들의 아시아역내항로 신규 노선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국적 근해선사로는 현대상선 흥아해운 고려해운 장금상선이 맺은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이 컨소시엄은 자카르타향 정기 노선인 ‘KI2’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각 선사는 이 노선에 선박 한 척씩을 투입하고 있으며 신선대부두에 뱃머리를 대고 있다.
시마텍 APL 코스코 케이라인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맺은 인도 첸나이향 ‘ACE’서비스는 감만부두를 기항하고 있다. 대만 선사 양밍의 터코마 밴쿠버향 직기항 노선 ‘YPN’서비스도 감만부두를 이용하고 있다.
곧 출범하는 SM상선도 부산항터미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선사는 미국 롱비치항을 직기항하는 ‘CPX’서비스를 주 1회 취항한다. CPX는 한중·태평양을 기항하는 서비스로 부산항터미널에는 4월19일께 입항해 이틀 뒤 출항한다. 한일항로의 ‘KJX’서비스, 한중항로의 ‘KCX’서비스, 하이퐁을 기항하는 ‘KHX’서비스, 방콕 램차방 사이공을 기항하는 ‘VTX’서비스에도 선박 한 척씩을 각각 배선한다. 첸나이향은 시마텍의 ‘ACE’서비스 선복을 임대(슬롯차터)한다.
부산항터미널은 통합법인 출범 이후 임대료 절감과 신규 기항선사 유치 등에 온 힘을 다하고 있지만 장밋빛 희망만을 바랄 수도 없다. 우선 양밍의 ‘YPN’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양밍이 CKYHE얼라이언스에서 디얼라이언스로 재편됨에 따라 북미항로의 선대 재편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디얼라이언스는 신항의 부산신항만(PNC)을 이용하기로 계약돼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북미노선마저 부산신항만으로 이전되면 물동량 이탈은 불가피하다.
신항의 외형성장에 따른 물동량 쏠림현상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BPA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 연간 총 물동량 중 신항은 65%, 북항은 35%를 처리해 물동량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부산항터미널 관계자는 “선사들의 신규 선대를 최대한 유치하고 효율적인 운영서비스를 부각해 고객 유치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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