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우스 선하증권, 마스터 선하증권, 화물수취증 등의 관계
복합운송 등에서 운송주선인이 계약운송인으로 관여하는 경우에는 운송주선인이 화주에게 발행하는 선하증권(House B/L)과 실제운송인이 운송주선인에게 발행하는 선하증권(Master B/L)의 두 가지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적어도 화주에 대한 관계에서는 운송주선인만이 하우스 선하증권(House B/L)을 발행한 계약운송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마스터 선하증권을 발행한 실제운송인은 화주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계약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은 부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운송주선인이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 화주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운송주선인은 화주에 대해 계약운송인으로서 손해배상을 한 후 실제운송인을 상대로 구상권(right of indemnification)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복합운송주선업자도 구체적·개별적 사안에 따라 운송책임을 인수한 복합운송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복합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 운송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복합운송주선업자가 선하증권 등의 복합운송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단순히 화물을 수취했음을 증명하는 화물수취증(forwarder’s cargo receipt ; FCR)만을 발급한 경우에는 상법상의 운송주선인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6. 손해배상의 제한 문제
가. 약정에 의한 책임제한
운송주선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상법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운송주선인의 고의로 인한 것이 아닌 한 당사자간의 약정에 의해 그 책임을 면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2014년 11월27일 선고 2012다14562 판결은 운송구간과 관련해 항공화물운송장의 뒷면에 기재된 책임제한규정은 항공운송과 육상운송이 결합된 이 사건 운송계약의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므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책임제한규정은 육상운송구간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나. 운송인의 책임제한 원용 문제
운송주선인이 상법 제774조 및 제798조 규정 또는 선하증권 약관에 따라 운송인의 선주유한책임(상법 제796조 이하), 포장당 책임제한 및 중량당 책임제한 등 책임제한(상법 제797조)을 원용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1) 선주유한책임
상법 제774조 제1호는 선주유한책임을 주장할 수 있는 자로서 용선자, 선박관리인, 선박운항자를 규정할 뿐 운송주선인은 이에 포함시키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상법 문언상으로는 운송주선인은 선주유한책임을 주장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운송주선인의 업무, 지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해석은 심히 불합리하므로 운송주선인도 선주유한책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2) 포장당 중량당 책임제한
상법은 포장당 중량당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는 자를 운송인의 대리인, 사용인, 실제운송인 또는 그 대리인, 사용인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상법 제798조 제2항, 제4항) 운송주선인은 그 업무의 성격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한 포장당 중량당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 역시 심히 불합리하며 입법의 불비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선하증권약관에서 운송주선인도 포장당 중량당 책임제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경우(소위 히말라야약관)에는 당연히 그 효력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 공평 또는 과실상계의 법리에 따른 손해배상의 제한
운송주선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해도 공평 또는 과실상계의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제한될 수 있음은 일반 민법원칙상 당연하다.
서울고등법원은 ‘운송주선인이 업무부주의로 실제 운송인에게 갑판적 운송을 요청해 갑판 위에 선적돼 운송된 화물에 수침 손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화주의 이행보조자들의 작업상 하자도 화물의 손해 발생에 기여한 점, 실제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을 발급 받은 화주로서도 갑판적 운송이라는 사정을 확인하고 실제 운송인에게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운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었던 점, 화주가 실제 운송인으로부터 도착통지서와 인도지시서를 교부 받고도 3주 이상 지난 후에야 비로소 화물을 인수해 그 기간 중 집중적인 호우로 화물의 손해가 확대된 점에 비추어, 화주(원고)의 과실이 상당한바, 운송주선인(피고)가 배상해야 할 손해에서 이를 참작하되, 그 비율은 60%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운송주선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청구액의 4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서울고등법원 2016년 1월12일 선고 2015나2020221 판결 ; 위 판결에 대해서는 상고가 제기됐으나 심리불속행 기각됐다), 대법원 1995년 6월13일 선고 92다19293 판결도 은행이 각 항공화물운송장이 여러 가지 사항에 있어서 신용장의 문언 및 조건과 일치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수출업자로부터 그 불일치 사항에 관한 각서를 제출받는 데 그치거나 일부 불일치 사항에 관해는 이를 아예 간과해 문제삼지도 아니한 채 수출업자로부터 하환어음서류를 매입했다면, 이러한 은행의 과실은 허위의 항공화물운송장을 교부한 항공운송주선인의 손해배상책임의 액을 정함에 있어서 충분히 참작(감액 또는 경우에 따라 책임면제)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평 또는 과실상계에 따른 책임제한의 허용 여부나 그 범위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사실심 법원의 전권사항이라 할 수 있다.
라. 책임제한의 배제 문제
운송주선인이 운송인의 책임제한 항변을 원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운송인 자신이나 운송주선인의 고의, 무모한 작위·부작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는 당연히 책임제한이 배제될 것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07년 12월21일 선고 2006가합8979 판결은 갑판적 화물에 대해 “피고들은 이 사건 화물을 안전하게 선창에 적부해 운송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해 이 사건 화물을 갑판적으로 운송해 손상을 야기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카고라운드는 운송주선인으로서, 피고 동진상선은 운송인으로서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상법이 갑판적으로 행하는 운송의 경우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의 경감·면제에 관한 상법 규정의 강행규정성을 배제하고, 갑판에 적재한 하물이 손실된 경우 그 가액을 공동해손의 액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별도의 갑판적 운송 약정 없이 임의로 운송인이 화물의 일부를 갑판적으로 운송한 것은 상법 제789조의2 제1항 단서의 무모한 행위에 해당해 책임제한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해 책임제한을 배제한바 있다.
7. 운송주선인의 책임의 시효 문제
가. 상법상의 1년 단기소멸시효
상법은 운송주선인의 책임, 채권에 관해 1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제121조 (운송주선인의 책임의 시효)
① 운송주선인의 책임은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② 전항의 기간은 운송물이 전부멸실한 경우에는 그 운송물을 인도할 날로부터 기산한다.
③ 전2항의 규정은 운송주선인이나 그 사용인이 악의인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122조 (운송주선인의 채권의 시효)
운송주선인의 위탁자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나. 단기제소기간 약관의 효력 문제
상법상의 1년 단기소멸시효와 관련해, 복합운송 B/L약관은 9개월의 단기제소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약관이 유효한 것인지, 운송주선 또는 해상운송에 관해 1년의 제소기간을 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 등이 문제된다.
대법원은 복합운송의 손해발생구간이 불분명한 경우 육상운송에 관한 상법 제146조의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 바 있으며(대법원 2009년 8월20일 선고 2007다87016 판결), 복합운송 B/L약관에 규정된 9개월의 단기제소기간 조항에 대해 종전 판결에서는 9개월 제소기간은 1년 제척기간에 위반해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1997년 11월28일 선고 97다28490 판결), 최근의 대법원 2009년 8월20일 선고 2008다58978 판결에서는 복합운송에서 화물멸실이 육상운송구간에서 생긴 경우에는 그 구간에 적용되는 육상운송법의 강행법규에 반하지 않는 한 9개월의 제소기간 약관을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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