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6 10:26

시선/ 돈으로 화물 끌어오는 항만마케팅의 한계

어쩌면 침체된 해운항만시장의 분위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최근 부산항을 드나드는 컨테이너선 정기서비스가 개항 이래 최대치인 531개를 기록했다는 희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사 전 직원이 불철주야 뛰어다닌 결과물이다. 하지만 부산항의 수확에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은 0.2% 감소한 1943만2천TEU에 그쳤다. 2009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겨우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었던 건 아시아역내항로 수출입 물동량이 뒷받침된 덕이다. 인천항 광양항도 이 항로 비중이 상당하다.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인지 부산항과 광양항은 앞 다퉈 아시아지역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발표했다. 인천항도 특별한 언급이 없었지만 영향력을 놓고 볼 때 아시아역내항로에 마케팅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시장을 놓고 항만공사들이 한판 승부를 벌일 조짐이다. 글로벌 선사를 타깃으로 한 시설을 한껏 도입해놓고도 항만당국의 관심이 원양보다 근해에만 맞춰져 있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재편되는 얼라이언스에 대한 대책도 인센티브제도 개선이라는 손쉬운 해법에 머물렀다.

앞으로 항만공사들이 인센티브를 무기로 치킨게임을 벌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장 부산항만 하더라도 2004년부터 지급된 인센티브 누적금액이 1600억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환적화물 유치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닝보·저우산 칭다오 등 주요 항만의 인프라 시설 확장으로 선사들이 뱃머리를 중국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전국 항만의 환적물동량은 1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이었다. 항만공사들이 선사 유치를 위해 계속해서 금전을 쥐어줬지만 돌아온 것은 터미널 운영사들의 하역료 덤핑과 예도선료를 비롯한 항만 부대이용료 인하 압박이었다. 해양수산부와 각 항만공사는 선사의 셈법부터 간파해야 한다. 경쟁항만보다 비용과 시설 조건이 우수한데도 선사가 기항하지 않는다는 건 인센티브식 마케팅 전략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항만공사는 기업이기 전에 항만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환적화물 이탈이 표면화된 가운데 목표 물동량 달성이라는 업적에 혈안이 되면 각 항만공사는 계속해서 인센티브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질 것이다.

물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 세계 5대항만 중 물동량이 늘어난 곳은 중국 상하이항과 닝보·저우산항뿐이었다. 이마저도 저유가로 인한 직기항 서비스 증가와 선사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등이 원동력이었다.

올해 부산항은 2천만, 인천항은 3백만, 광양항은 233만개를 목표치로 내놨다.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항만공사에게 격려를 보내면서 한편으로 인센티브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에 취임한 엄기두 국장은 본지와 나눈 인터뷰에서 인센티브 위주의 항만정책에서 탈피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환적화물을 끌어오는 정책을 쓰면 쓸수록 선사 위주의 시장이 되고 하역사들은 어려움에 처한다는 판단이다. 엄 국장의 진단처럼 모두가 같은 항로를 두고 ‘제 살 깎기’식 경쟁에 나서면 ‘고비용 저효율’로 한계에 직면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부산항을 비롯한 전국 주요 항만들의 마케팅 전략에 재검토가 필요하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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