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운송주선인의 의무와 책임
1.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손해배상책임
운송주선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의 일종이므로 위탁매매계약, 위임계약과 같이 위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운송주선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에 관해 상법 제123조, 111조, 112조, 민법 제681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123조 (준용규정)
운송주선인에 관해는 본장의 규정외에 위탁매매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상법 제111조 (준용규정)
제91조의 규정은 위탁매매인에 준용한다.
상법 제112조 (위임에 관한 규정의 적용)
위탁자와 위탁매매인간의 관계에는 본장의 규정외에 위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
민법 제681조 (수임인의 선관의무)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한다.
2. 상법 제115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상법 제115조는 운송주선인은 자기나 그 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인도·보관·운송인이나 다른 운송주선인의 선택 기타 운송에 관해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했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책임의 대상으로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민법의 예외를 규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책임대상을 위 손해로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여기서 운송주선인은 자기나 그 사용인이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했음을 증명해야 하므로 운송주선인이 이행보조자의 선임, 감독에 과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면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운송주선인은 운송인 자신의 과실에 관해는 운송인의 선택에 관해 과실이 없는 한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운송주선인의 주의의무와 관련해, 대법원은 “운송선박의 접안료가 연체돼 항만당국으로부터 접안허락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하역이 지체돼 화주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운송주선인이 선정한 해상운송인은 신용 있는 회사였고, 선박이 제때에 도착했으나 접안료가 연체돼 항만당국으로부터 접안이 허가되지 않음으로써 하역이 이루어지지 못해 지체됐고, 이러한 경우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며, 특정선박의 특정항만 접안료의 연체사실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운송주선인은 운송인이나 운송선박의 선택에 있어서 운송주선인이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화주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년 2월14일 선고 2002다39326판결).
3.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의 경합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동시에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과 함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도 성립하는가, 채무불이행책임만이 성립하는가에 대해 청구권경합설과 법조경합설이 대립돼 왔으나, 우리나라 법원은 일관해 청구권경합설에 터잡아 판결하고 있어 실무상으로는 청구권경합설로 확립됐다고 할 수 있다.
상법은 해상운송인의 운송물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에 관해 육상운송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기의 시효기간, 정형화된 배상범위, 고가물 손해에 관한 특별면책 등을 인정하고 있으며(상법 제812조-제136조, 제146조, 제147조, 제154조, 제137조, 제124조, 제153조 등 참조), 선장 등의 항해 또는 선박의 취급 및 화재에 관한 과실과 해상위험 등의 특수한 법정면책사유(상법 제788조, 제789조 참조)와 해상운송에 독특한 선주유한책임제도 및 포장당 책임제한규정을 두고 있다(상법 제746조 내지 제752조, 제789조의 2 참조).
종전의 우리나라 판례는 위와 같은 상법상의 면책 또는 책임제한규정들이 당사자간에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불법행위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상법상의 면책 또는 책임제한을 규정한 취지가 완전히 무시 또는 몰각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채권자들도 이러한 면책, 책임제한을 피하기 위해 해상운송인에 대해도 계약에 기한 청구이외 불법행위에 기한 청구를 계속함으로서 이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야기됐던 것이나, 우리나라 상법은 1991년 상법 개정시에 관련법조항을 청구원인을 불문하고 적용하도록 개정하고 상법 제789조의 3 조항을 신설해 명문으로 이러한 상법조항들이 불법행위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서 위 상법이 시행된 1993년 1월1일 이후에 발생한 사건에 관한 한 이러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따라서, 운송주선인의 책임에 관해도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데에 이론이 없을 것이다.
4. 운송주선인의 손해배상의 범위
가. 민법상 손해배상의 범위·일반손해와 특별손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와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에 한정되며, 우리 나라 민법 제393조는 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즉, 채무불이행의 경우 통상손해(민법 제393조 1항)는 채무자의 예견의 유무를 불문하고 배상하도록 하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 즉 특별손해(민법 제393조 2항)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채권자는 통상의 손해를 청구하기 위해는 채무불이행과 통상의 손해액을 입증하면 족하나, 특별손해를 청구하기 위해는 채무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나. 운송인의 배상액에 대한 상법상의 특칙·배상액의 정형화
(1) 상법 규정
상법 제137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137조 (손해배상의 액)
①운송물이 전부멸실 또는 연착된 경우의 손해배상액은 인도할 날의 도착지의 가격에 따른다.
②운송물이 일부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의 손해배상액은 인도한 날의 도착지의 가격에 의한다.
③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운송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운송인은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④운송물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해 지급을 요하지 아니하는 운임 기타 비용은 전3항의 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
(2) 정액배상주의
상법 제137조는 운송위험과 다량의 화물을 낮은 운임으로 운송하는 운송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운송인의 손해액 산정에 있어 특별손해를 제외시키고 손해배상액을 운송물의 도착지가격으로 배상액을 정형화했으며, 이러한 규정은 해상운송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상법 제815조).
이것은 민법상의 배상범위에 관한 일반원칙에 대한 특칙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운송인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손해의 경우에는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특별손해에 대해도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동 손해도 전액 배상해야 한다(상법 제137조 제3항).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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