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터미널 운영사들은 앞으로 선석 및 부지 임대료를 체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외 9명은 지난달 23일 밀린 항만 임대료에 대한 징수절차를 의무적으로 집행하도록 한 ‘항만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항만공사법에 따라 터미널 운영사들이 임대료를 체납하면, 항만공사로부터 사용료 징수를 위탁받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징수 절차에 나서야 한다. 박 의원은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항만공사(PA)의 항만운영과 재정상황이 견실해 질 것으로 기대했다.
박 의원이 제출한 항만공사법 개정안은 지방세외수입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대료 징수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법은 국회 농해수위에 11월24일 회부됐으며,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박 의원은 법안 최종 통과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리고, 통과 시 6개월 이후 법안이 정식으로 공포돼 법안 효력은 내년 중순께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은 부산 북항의 신선대부두 운영사인 CJ KBCT와 감만부두 운영사인 BIT가 두 차례에 걸쳐 임대료 1027억원을 체납했기 때문이다. 신선대부두의 월 임대료는 34억6000만원, 감만부두의 월 임대료는 24억원에 달한다. 부산항만공사(BPA)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국정감사 자리에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운영사에게만 임대료 체납을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BPA는 ‘대기업 봐주기’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PA는 항만공사법에 따라 관할 지자체인 부산 남구청에 2012년 임대료 237억원을 체납했을 당시 강제징수를 요청했으나 남구청은 수수방관했다. BPA는 이들 운영사가 두 번째 임대료를 체납했을 때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BPA의 한 관계자는 “항만공사법에 따라 PA가 임대료를 징수하지 못하면, 관할 지자체가 이를 대신 수취해야 하지만 구청 관계자들이 지역구 민심 때문에 인색한 것 같다”며 “당시 구청 관계자들이 BPA의 요청을 검토 후 연락하겠다고 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건전하게 국가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PA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은 필요하다”며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아 임대료 체납을 또 묵인할 경우 감사원을 비롯해 지적을 추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현행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사용료 징수절차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어 거액의 임대료가 체납돼도 항만공사가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이양수 의원에 따르면 BPA외에도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천항만공사가 15억3천만원, 여수광양항만공사가 5억4천만원, 울산항만공사가 2천만원의 임대료를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공포되어 실행될 경우, 지자체는 임대료를 체납한 운영사에게 체납액에 상응하는 자산을 징수해야 한다.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항만공사로부터 사용료 징수를 위탁받은 지자체가 ‘지방세외수입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징수 절차를 집행할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지만, 법적 논란의 소지도 일부 있다. 지방세외수입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체납처분 유예) 제1항에 따르면 지자체는 체납자가 사업 재기에 성공해 체납액을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재산 압류나 압류재산 매각을 유예할 수 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지자체가 임대료 체납을 징수할 수 있도록 법률에 따라 방안을 마련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터미널 업계는 이번 법안과 관련해 씁쓸하지만 받아들이자는 분위기다. 가장 많은 임대료를 체납했던 신선대부두 운영사의 최대주주인 CJ대한통운은 임대료를 미납한 것은 잘못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의 한 관계자는 “부산 신항 개장 이후 화물 이탈로 신선대 감만 자성대부두의 영업적자가 심각해졌다”며 “법안 취지대로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영업환경이 좋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신선대부두는 5만t급 선석 5개를 임대하고 있어 고비용 저효율의 구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만t급 선석은 선석당 80만TEU씩 처리해야 손익분기점을 거둘 수 있다. 대부분의 북항 터미널은 화물부족으로 그 이하를 처리하고 있다.
전국 최대 항만인 부산 신항도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진해운 사태로 환적물동량이 대폭 이탈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신항 터미널 업계는 바짝 경색돼 있다. 당장 한진해운신항만(HJNC)은 한진해운과 한진해운이 속했던 얼라이언스 CKYHE가 일부 떠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HJNC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로 한진해운 물량은 전량 이탈됐고, CKYHE 얼라이언스는 일부 선사가 기항하지 않아 10월 이후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임대료 지불은 고사하고 BPA에서 내년 3월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선처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터미널 임대료를 체납하게 된 계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정부와 국회가 깨달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BPA는 최근 “11월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증가세로 전환됐으나, 내년 4월께 재편되는 신규 얼라이언스와 항만 간 경쟁심화로 지속성장이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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