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해상 직원들의 해고일이 다가오면서 대한해운의 선박 인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해운은 지난달 21일 한진해운과 미주 및 아주항로 영업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한진해운의 해외네트워크와 물류운영시스템, 글로벌 화주정보, 조직 및 인력 등 이른바 무형자산을 370억원에 양수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6600TEU급 컨테이너선 5척과 롱비치터미널 운영사인 토털터미널인터내셔널(TTI) 지분 54%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거머쥐었다. 대한해운은 선박의 경우 가격이 시장가 수준까지 조정될 때 인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을 ‘묶음’으로 팔겠다는 당초 법원 구상과는 많이 다른 행보다.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선박은 6655TEU급 컨테이너선 <한진부다페스트> <한진브레머하펜> <한진샤먼> <한진톈진> <한진포트켈랑> 등이다. 한진해운은 11월16일자로 법원의 허가를 얻어 이들 선박의 미이행 쌍무계약을 해지했다. BBCHP 선박이 채권자인 수출입은행으로 반선된 것이다. 이는 곧 선박 매매 협상의 주체가 한진해운에서 수출입은행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대한해운의 선박 인수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가격의 현실화다. 인수 대상 선박의 척당 운항비용(OPEX)은 일일 4만달러 선이다. 각종 항비에 선박금융을 더한 금액이다. 2만달러 정도가 선박금융 비용으로 파악된다. 선박 5척에 한 달 간 들어가는 비용이 7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최근의 저운임 시황에선 이 같은 고비용 구조로 이익을 내기 힘들다. 현재 시장에서 동급 선박을 일일 용선료 6000달러에 빌릴 수 있다. 대한해운이 맘만 먹으면 무려 6분의 1 가격으로 선박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수출입은행에서 선박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지 않을 경우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는 대목이다.
풀어야할 건 또 있다. 선박에 딸려 있는 외상값이다. 5척의 선박엔 총 759만달러, 한화로 89억원 가량의 상사채무가 존재한다. 연료비 수리비 부속품비 등이다. <한진샤먼>과 <한진톈진>이 부산항에서 억류된 이유다. 이들 채무는 한진해운에서 갚아야 할 몫이지만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수출입은행과 대한해운 한진해운은 두 차례 회동을 갖고 이에 대해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한진해운에서 일부를 갚고 은행과 인수자측도 공동 부담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한진해운이 회생채권인 외상값을 먼저 갚기 위해선 공정형평의 잣대를 들이대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은행 측은 채무 우선 변제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SM그룹의 결단으로 양대 원양선사 체제가 유지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연장선상에서 국적선사의 한진해운 선박 인수도 한국상선대 유지, 해기 전승, 선원 고용 안정 등의 측면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사안이다.
한진해운 전체 선원들은 회사 측의 해고 통보로 불투명한 미래에 노출돼 있다. 한진해운은 12월 안으로 전체 해상직원을 일괄 해고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잘못된 판단으로 발생한 한진해운 사태의 후유증이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은 최근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해상직원 고용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본계약 체결로 육상직원과 해외법인 인력은 고용이 확정됐다. 하지만 선박에 타고 있는 120명의 선원은 여전히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 역사상 최악의 사태가 최소한의 피해로 마무리되고 한국해운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책은행과 대한해운의 적극적인 의지, 법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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