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30 14:10

기자수첩/ 사업확대 날개 단 택배업계 고민은 지금부터다


물류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지난 8월말 발표됐다. 각 단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만큼 발전방안에 담긴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그 중에서도 택배용 화물차(‘배’ 번호판)에 대한 수급조절제 폐지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예정대로 ‘배’ 번호판에 대한 수급조절제가 폐지되면, 택배기업은 사업확대의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불법으로 운행하던 자가용 차량을 영업용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인력수급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특히 법인의 경우 1.5t 미만 소형화물차에 대한 신규허가를 얻기 위해 20대 이상을 직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진입 문턱이 높기 때문에 신규업체가 택배시장에 진입할 가능성 이 희박한 셈. 

정부가 택배업계의 숙원인 증차문제를 해결해준 만큼, 앞으로 택배기업은 소비자의 편익 증진에 더 힘써야 한다. 나아가 제도 개선을 계기로 택배기업의 ‘공공재’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간 우체국택배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우편법을 적용받아 증차에 제약이 없었다. 이 때문에 공익적 차원에서 적자를 감안하고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급조절제폐지로 인해 우체국택배의 입지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수포로 돌아간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시도는 농민의 편익증진과 이익증대를 명분으로 했다. 수익성이 적은 농촌지역의 경우 수도권과 달리, 민간택배기업의 진출이 저조한 실정이다. 농협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자처했으나, 택배기업이 반발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농협이 하고자 했던 농촌지역 택배서비스 공익기능을 확충하겠다고 나서는 택배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발전방안의 핵심은 대국민 서비스 수준의 향상이다. 이에 따른 조치로 정부는 민간택배기업이 더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줬다. 민간택배기업도 이에 부응해 단순히 사익만을 추구하기에 앞서,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특히 화물연대가 이번 발표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택배기사의 근무환경 개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발표로 합법적인 범위에서 물류시장 진출이 가능해진 쿠팡의 ‘로켓배송’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보다, 긍정적인 측면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쿠팡은 직접 고용을 통한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했고, 덕분에 택배기사(쿠팡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무엇보다 쿠팡을 통한 ‘재구매율’이 증가하면서 국내 택배산업에서 물동량이 증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반영해 쿠팡의 매출액은 2013년 478억원에서 2015년1조1339억원으로 치솟았다. 

택배기업들은 수급조절제의 폐지로 사업확대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택배시장의 질적 성장과 국민 편익 증진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일 때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개방 정책도 국민들로부터 비로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택배업계와 정부의 고민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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