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조합이 큰 변화를 맞는다. 조합의 환경 변화를 예고한 개정 한국해운조합법이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바뀐 해운조합법은 이사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조합의 투명경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그동안 민간기업에서 선출된 회장단에게 경영권을 휘둘려 온 이사장은 법 개정과 함께 자율 경영을 보장받게 됐다.
개정법은 그동안 회장이 맡아 왔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장으로 변경했으며 부회장을 이사회 구성원에서 제외했다. 부회장의 빈자리를 조합원이 아닌 사외이사가 채우는 한편 감사도 1명은 외부전문가 중에서 맡도록 했다.
현재 이사회는 회장 및 이사장을 비롯해 부회장 3명, 상무이사(본부장) 2명, 이사 6명, 감사 2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법 개정으로 회장과 이사장으로 경영권이 나뉜 1977년 이후 39년 만에 이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그에 걸맞은 충분한 힘을 갖게 됐다. 반면 회장과 부회장의 권한은 크게 축소됐으며 외부인사 4명이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이밖에 이사장과 상무이사 감사 등의 임원 인선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유능한 인사 선임이 가능하도록 인사추천위원회 설치가 의무화 된다. 또 특정 임원에 대한 지배력 집중을 막고 조합이 사유화되는 걸 차단하기 위해 임원의 임기를 같은 직위에 한해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조합 설립 취지에 맞게 영리 추구 행위와 일부 조합원의 이익에 편중되는 업무를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됐다. 일부 대의원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합 공제에 가입하는 폐단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개정 해운조합법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해운조합은 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당장 2년 이상 공백 사태를 빚고 있는 이사장을 선출하는 게 급선무다. 신임 이사장이 개정법에 맞춰 조합 정관을 손질하는 한편 유능한 외부인사를 사외이사와 감사로 선임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와는 별도로 경영본부장 인선과 7월에 임기가 끝나는 회장과 부회장 대의원 24명의 선거도 중요한 이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마감된 해운조합 이사장 공모에서 8명의 후보자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두 차례 공모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당선자가 배출되지 않거나 선출된 당선자가 ‘정피아’ 논란에 휩싸여 중도하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터라 이번엔 반드시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해운조합 안팎에서 감지된다.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적합하지 않은 후보를 이사회 수장으로 뽑아 2차 공모 때의 ‘참사’가 재연되도록 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도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신임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추락한 해운조합의 위상을 재건하고 연안운송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법 개정으로 이사회 의장의 지위에 오른 만큼 이사회와 총회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지지 않도록 조합과 조합원, 외부인사로 이뤄진 임원을 추스르는 교량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아울러 조합 경영의 감시 임무를 맡게 된 사외이사 제도가 오히려 외압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점을 십분 고려해 조합 정관과 선거규약 정비, 사외이사 선임 등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핵심사업인 공제부문 확대, 선박금융과 세제 개편을 통한 연안해운시장의 건전한 발전 등 이사장의 기본 역할에서도 우수한 감각을 선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오는 31일 이사장 선거에서 대의원들의 지혜로운 한 표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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