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신청인들에 대해는 라이베리아 해상법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항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미국법을 본떠서 만든 라이베리아 해상법 제114조 제1항, 제2항 본문은 원칙적으로 선장, 용선자 등은 선주로부터 필요품을 조달할 권한을 수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이러한 사람들의 지시에 따라 필요품을 공급한 사람에게는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채권은 선박우선특권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2) 라이베리아 해상법은 선박우선특권의 예외로 제114조 제2항 단서에서 “불법적으로 선박을 점유하는 사람은 그러한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이 조항은 공급자가 용선자 등에게 필요품 공급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합리적인 주의의무를 이행했으면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선박우선특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위 규정은 미국 연방 선박우선특권법 제973조와 동일한 내용이다), 같은 법 제30조는 “라이베리아는 미합중국의 일반 해상법이 라이베리아 제정법에 달리 저촉되지 않는 한 미합중국의 일반 해상법을 수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대법원은 1923년 미국 연방 선박우선특권법 제973조와 관련해 필요품 공급자가 용선자에게 용선여부 및 용선자에게 선박을 기속할 권한이 있는지를 질문하고 조사할 의무가 있으며, 공급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박우선특권을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3) 항고인의 주장은 1971년 미국 연방 선박우선특권법 제973조가 삭제됐으나,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돼 있는 라이베리아 해상법 제114조 제3항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라이베리아 해상법 제114조 제3항의 해석은 1923년에 선고된 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바, ① 위 법조항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을 제외함에 있어서 일응의 기준이 되는 합리적인 주의의무의 정도,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해석이 신성불가침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라이베리아 해상법 제114조 제2항 본문에 비추어 다른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렇게 해석한다고 해 일반적인 법해석기준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라이베리아 대법원은 어떤 논점에 관해 성문화된 또는 결정적인 법률이 없다면, 라이베리아 법원은 사건을 결정함에 있어 권위 있는 논문집에 발표된 영국과 미국 법원의 판례법을 참조하거나 적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결했는바, 위와 같은 판시에 비추어 보면, 미국 연방 선박우선특권법 제973조가 1971년 삭제됨으로써 미국에서도 위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고, 미국 법원이 용선계약 등으로 필요품을 지시한 자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선박우선특권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라이베리아 법원이 상반된 해석이 가능한 법률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폐기된 미국판례를 해석기준으로 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라이베리아 법원은 미국 연방 선박우선특권법이 개정된 1971년 이후의 미국판례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4) 따라서 공급자가 용선자 등에게 필요한 공급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합리적인 주의의무를 이행했으면 알 수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선박우선특권의 성립을 저지하려는 선박소유자인 신청인에게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만한 아무런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IV. 대법원 2014년 11월 27일자 2014마1099 결정
1. 결정취지
위 대법원 결정은 위에서 살펴본 부산지방법원 결정과 상반된 입장을 취해 나용선등록국법이 아닌 원 소유권 등록국법을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으로 판시했다.
2. 결정요지
가.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해 담보되는지 여부 및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따라 선적국(船籍國)의 법,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등록을 한 곳이 속한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되는 것이고(대법원 2007년 7월12일 선고 2005다39617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선박이 나용선등록제도에 따라 선적국이 아닌 국가에 나용선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위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이 사건 선박의 ‘나용선등록국법’인 ‘마샬아일랜드법’이 아니라 ‘소유권등록국법’인 ‘독일법’이고, 독일 상법에 따르면 이 사건과 같은 유류대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에 의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선박우선특권에 기초한 재항고인의 이 사건 임의경매신청을 기각한 원심결정은 정당하다. 거기에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V. 평석 및 결어
나용선등록제도하에서 나용선의 기초 위에 국기의 변경이 행해졌다 하더라도 선박소유권, 선박저당권, 선박우선특권 등 사법적인 문제까지 선박의 국적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에 관해는 여전히 기등록된 원등록국,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 등록을 한 선적국법이 적용돼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국제사법상 준거법의 결정에 있어서도 원칙적으로 나용선등록국법이 아닌 원등록국법이 그 기준이 돼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 대법원 결정은 나용선등록제도에 따라 선적국이 아닌 국가에 나용선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도 섭외적인 사법관계에 관한 준거법의 결정은 선적국법,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 등록을 한 국가의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부산지방법원 결정이 위 대법원 결정과 견해를 달리해 합리적 이유 설시도 없이 원등록국법인 독일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독일 변호사의 의견을 따르지 아니하고 라이베리아 해상법이 기국의 전속관할과 통제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나용선등록국법인 라이베리아법을 적용한 것은 의문이다.
나용선등록 선박에 있어서도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되는 선적국법은 소유권등록국법이 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므로 나용선등록국법은 그 나용선등록국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준거법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준거법 결정의 예외를 규정한 국제사법 제8조도 마찬가지 취지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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