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중량 검증 의무제가 국제 해상물류의 환경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11월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개정을 통해 송화주가 선적 전에 검증된 컨테이너 중량을 선사나 항만터미널에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는 국제규범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내년 7월1일부터 전 세계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컨테이너 중량 검증 의무제는 지난 몇 년 사이 발생한 주요 컨테이너선 사고가 화주의 중량 허위 신고에 의한 과적에서 비롯됐다는 세계 해사업계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월18일 영국해협에서 좌초된 < MSC나폴리 >호는 신고된 중량보다 훨씬 무거운 화물을 실은 게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2013년 6월17일 인도양 해상에서 두동강난 < MOL컴퍼트 >호도 과적이 선체 절단이라는 황당한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MOL은 사고 이후 ‘컨테이너 화물 중량 검증 의무화’를 대응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제도 시행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법 수용 방안이 해운물류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IMO가 컨테이너 중량 검증을 강제화한 만큼 우리나라도 어떤 형태로든 법령 정비 절차를 거쳐 제도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주관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선박안전법에 중량검증 의무제 내용을 담는다는 구상이다. 이미 대강의 조문은 확정한 상태다. 해수부는 선박안전법 36조 3항을 신설해 화주가 검증된 컨테이너 중량을 선사측에 제출토록 했다. 역시 신설된 79-2조에서 화물 중량 검사와 검증된 중량 제출 방법을 큰 틀에서 규정했다. 솔라스 규정을 반영해 만재 컨테이너 무게 측정 방법과 건건의 화물을 별도로 측정한 뒤 컨테이너 자체무게와 합산하는 방법을 모두 허용했다.
구체적인 중량 검사 방안은 해양수산부령에 담길 예정이다. 해수부는 고시 제정을 위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연구용역을 맡길 방침이다. 아울러 추석 전에 제도 도입을 위한 특별전담팀(TFT)을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TFT엔 선주협회와 국제해운대리점협회 국제물류주선업협회 항만물류협회 무역협회 등의 관련 사업자 단체가 대거 참여한다. 선사 및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 터미널업체, 화주업계가 중량검증 제도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앞서 해수부는 7월23일 4대 항만공사와 선주협회 항만물류협회 무역협회, 한진해운 등이 참가한 가운데 1차 회의를 가진 바 있다.
현재 제도 도입에서 현안이 되는 건 컨테이너 중량 검사 방법과 검사 비용 부담, 검증된 중량 제출 시기, 처벌 규정 등이다. 중량 검사 방법의 경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다각적인 대책 강구가 요구된다. 해수부는 가용한 수단은 모두 활용할 방침이다. 부두에 설치돼 있는 중량 검사 장비뿐 아니라 화물차 과적 단속 장비도 검토 대상이다. ‘계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계량증명업자도 국가 공인 과정을 거쳐 중량 검증 기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비용 부담도 초미의 관심사다. 화물이 한두 개일 땐 문제가 없겠지만 화물량이 많아질 경우 그 비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컨테이너 화물은 580만개 정도였다. 중량 측정 비용을 컨테이너 1개당 1만원이라고만 가정해도 580억원의 중량 측정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제도 도입으로 새로운 산업까지 창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중량 검증자료 제출이 세관 신고와 별도로 진행될 경우 업무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해운물류업계의 걱정거리다. 과태료 부과는 화주들의 큰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연구용역 발주와 TFT 발족을 통해 제도 운영 절차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적화목록 선적 24시간 전 신고제’처럼 해상운송시장의 판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관련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해운물류기업들은 최소한의 규제로 제도 도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묘책을 바라고 있다. 선박 안전과 물류 효율성 담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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