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3. 철도화물운임체계의 개선방향
현행 철도화물운임은 거리비례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공기업의 특성상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신고 및 고시된 철도화물운임이 기준이 되어 여기에 할인이나 할증이 적용되는 체계이다. 거리비례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남북이 단절되어 있는 상황에서 화물철도의 최대 영업거리가 매우 짧고, 더욱이 평균철도수송거리가 약 200여 킬로미터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철도선진국들이 일부 채용하고 있는 거리체감제를 도입하기가 무리일 수 있다.
만일 남북철도가 정상화되어 TKR(Trans Korean Railway: 한반도종단철도)가 북한철도를 경유하여 TSR(Trans Siberian Railway:시베리아횡단철도)나 TCR(trans China Railway:중국횡단철도) 등 국제철도 노선과 연결되어 유럽의 각 국가까지 철도운송이 가능하게 된다면 현행 거리비례제는 바뀔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화물운송시장에서 화물운임은 운송 시점의 여러 가지 변수(화물의 종류, 중량, 밀도, 유가, 인건비, 통행료, 차량유지정비비, 물량규모, 운송시기, 납기, 복화운송여부, 운송서비스 수준, 파업 등)의 변동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물자동차 운임의 경우 화물운송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많은 특성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기본적인 운임이 시장에서 결정이 되고 있다. 결국 화물자동차 운임시장은 매우 탄력적인 운임이 형성되고 있으나, 철도운임의 경우 비탄력적인 운임 적용으로 화물운임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요인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거의 고정적이다. 따라서 시시각각 화물운송시장의 여건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운임을 제공하지 못하는 철도수송은 고객사로부터 외면받기가 십상인 것이다.
따라서 향후 철도화물운임의 경우에도 화물운송시장의 여건과 환경변화에 적시성 있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탄력운임의 도입이 필요하다. 철도수송을 이용하는 고객사의 화물운송 수요의 패턴은 예를 들어 주말보다는 주중이 수요가 많으며, 월초보다는 월말이 수요가 많은 편이다. 또한 시간대의 경우 주간시간대보다 야간 시간대를 더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화물수요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마케팅영업 전략이 요구되며 이러한 전략은 철도화물운임에 반영돼야 한다. 예를 들어 월초·월말, 주간·야간, 주중·주말 운임의 차별적 적용이 필요하며, 각종 할인제도는 상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짧고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경쟁수단인 화물자동차 운임의 탄력적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철도화물운임의 유연한 적용을 위해 철도공사의 화물사규를 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거리비례제 운임체계를 일부 개정할 필요가 있는데,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단순히 규격별(영·공, 20ft·40ft·45ft 컨테이너) 운임과 일반 화물(석탄, 철강, 유류, 제지 등) 적재t수에 거리를 곱한 운임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물의 경우에는 화물의 종류별로,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차급화물, 혼재화물 등으로 분류하고, 각기 다른 운임요율을 적용하는 중국철도화물 운임체계를 일부 차용하여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객화물의 철도수송량의 규모나 긴급 여부, 중량화물, 위험물, 복합운송서비스 여부, 운송시간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반영하여 기본 운임에서 할인이나 할증이 가능하도록 탄력적으로 지역본부에서 결정하는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아래 내용은 중국의 철도화물 운임의 체계이다. 2011년 중국의 철도화물 수송량은 석탄(11.1억 t), 석유(7천만 t), 식량(5천만 t), 화학비료(4천만 t) 등 총 19.4억 t이다. 중국의 총 철도화물요금은 기본가격을 기준으로 한 화물운임에 철도건설기금, 하역비, 잡비, 위탁비 등의 부가비용을 합산하여 책정하고 있다.
※ 중국 철도화물운임 계산방식 : 기본가격 1 + 기본가격 2 x 운송가격·km
중국의 철도화물운임은 복합운임 체계라 할 수 있는데 품목별로 기본운임율이 상이함을 알 수 있고 t·km에 따라 ‘기본가격 2’가 상이하게 적용된다.
4. 철도화물운임 체계 개선에 따른 기대효과
현재 철도화물운임은 일반화물이나 컨테이너 화물이나 거리비례제로 획일적인 적용이 되고 있어 철도수송에의 적극적인 유인 효과가 적다. 왜냐하면 철도수송거리나 중량에 상관없이 비례적으로 요율이 정해지므로 고객사는 의도적으로 1회 철도수송량을 규모의 경제에 맞게 주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고객사는 JIT(Just In Time : 적시공급체계)와 같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송량을 그때마다 결정하여 도로운송 또는 철도운송을 의뢰하게 되므로 고객은 자사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운송을 할 수 있으나, 이와 반대로 철도공사는 자신이 의도했던 원가절감과 수익극대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철도화물수송량은 현행의 운임체계하에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현행 거리비례제를 근간으로 한 철도화물운임체계는 철도수송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좀 더 세밀하게 구분된 운임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며, 어떤 운임체계가 최적이고 철도물류를 이용하는 고객과 철도공사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철도화물운임 체계의 변경은 현행 고객사가 자사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철도수송을 소극적으로 이용하는 패턴에서 철도화물수송량을 증대하면 할수록 이용자인 고객사의 이익이 커지는 동시에 철도수송을 담당하는 철도공사의 매출과 이익도 커지는 철도공사와 고객사가 상호 윈-윈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철도수송량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운임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
사실 지난 10여 년간 철도공사의 물류사업부문은 매년 약 3~4천억 원의 적자를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과도한 영업적자의 원인에는 매출액을 상회하는 과도한 인건비와 선로사용료 등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철도운임이 화물자동차 운임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적자가 지속된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철도화물운임은 자기 마음대로 인상하고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화물운송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과 여러 가지 환경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며, 결코 철도공사의 의지로 운임이 아무렇게나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도공사의 물류사업부문의 지속적인 대규모 적자의 주된 원인은 운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임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철도공사의 물류사업부문의 적자원인과 이에 대한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철도공사가 더 잘 알 것이고,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화물운송의 영업적자의 피해는 철도화물운송을 이용하는 고객인 화주사와 운송사들에게 전가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화물운송시장에서 운임이라는 가격의 결정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기초하게 되며 여기에 다양한 기업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변수가 고려될 수밖에 없다. 향후 바람직한 철도화물운임체계의 개편을 위해서 철도공사와 철도수송을 이용하는 고객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서로 수시로 긴밀하게 만나서 쌍방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새로운 운임체계를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리스크를 나누어 부담한다면 합리적이고 쌍방 모두 용인될 수 있는 운임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의 내용 중 일부는 필자가 2014.12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제출한 미래철도물류 자문보고서의 일부내용을 인용함을 밝힙니다.)
(칼럼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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