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天津)항 소재 루이하이(瑞海)국제물류 창고 폭발사고는 시민들에게 위험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두 차례 진행된 폭발 사고는 첫 폭발이 TNT 3t, 두 번째 폭발이 TNT 21t 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강력했다.
폭발사고가 난 빈하이 신구 주변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으며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망자 및 실종자수가 200여명에 이르며 부상자는 7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계도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항구에 주차돼 있던 현대기아자동차 4100여대와 르노자동차 1500여대가 불에 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재산 피해액은 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항구에서 사고가 난 만큼 해운물류 측면에서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톈진항은 많은 선박이 붐비는 세계적인 항구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장금상선 고려해운 흥아해운 등 14개 국적선사도 톈진항을 경유하는 활발한 컨테이너선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현재 선박 입출항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확인된다. 폭발사고가 난 곳은 톈진 탕구항 베이장(北疆) 구역으로, 컨테이너선들이 주로 드나드는 둥장(東疆) 구역과는 7km가량 떨어져 있다. 부두시설 피해가 없어 하역 등의 물류작업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위험물 수출입 업무는 9월 초까지 전면 중단됐다. 자동차운반선의 경우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와 기아차를 울산항과 평택항에서 톈진항으로 운송해왔으나 야적장 이용이 불가능해 인근 칭다오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국제여객선(카페리)을 운항 중인 진천국제항운은 13일 1시간 반 정도 한 차례 지연 출항한 것을 빼곤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객선부두는 사고지점과 3km 떨어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관 업무와 육상수송은 다소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로 베이장 지역에 소재해 있던 해관(세관) 사무실이 사라진 상황이다. 비록 임시 사무실을 사용해 통관 업무를 진행 중이지만 평소 대비 70%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폭발 사고로 운전자와 운송차량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화물 반출입도 원활치 못하다.
해상운송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통관과 육상운송이 어려워 물류가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선사들은 톈진항 선적예약 취소가 평소보다 많은 40%에 이른다고 전한다. 중국항로는 평소 20~30% 가량 예약 취소가 발생하는 곳이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나라도 위험물물류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화학산업은 4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 7위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3만여종에 이르며 상당수가 위험물로 분류되고 있다.
톈진항 폭발사고에서 보듯 위험물은 한번의 관리소홀이 엄청난 재앙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도 울산 한화케미칼과 경기도 평택 포승공단 등 크고 작은 위험물 폭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엔 울산항에서 화학운반선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위험물운송은 IMDG코드(국제해상위험물규칙)에 근거해 이뤄지며 정부를 대행해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에서 전반적인 물류프로세스를 감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위험물 사업체와 물류경로에 대한 안전관리정책이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류산업 종사자들의 위험물에 대한 안전의식이 높지 않은 데다 교육 또한 부족하다. 위험물들은 혼적 과정에서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현장 작업자들이 각 물질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때 안전한 위험물 운송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위험물 운송 기피로 화물 정보를 숨기거나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도 발생하기에 제조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 톈진 사태에서 위험물 특성을 알지 못한 ‘묻지마식 진화’가 2차 폭발을 유발하며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소방관에 대한 안전교육도 필요하다. 범정부 차원의 선진 위험물 물류관리체계 도입이 요구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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