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해운조선시장은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정기·부정기선, 조선시장 모두 당분간은 회복세를 거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선주들의 에코십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에코십 확보를 통해 고정비 부담은 물론 환경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선 시장, 운임 약세로 고전
올해 상반기 정기선 시장은 원양, 근해항로 가릴 것 없이 운임 약세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달 상하이발 북유럽항로의 20피트 컨테이너(TEU)당 평균운임은 200달러대로 고꾸라졌다. 최근 800달러대로 진입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안한 모양새다.
근해항로 또한 선사들의 잇따른 서비스 개설로 인해 저운임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우로빈슨컨테이너지수(HRCI)의 6월 지수는 전년 대비 43% 상승한 776.6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컨테이너선운임지수(CCFI)는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6월 중순 전년 대비 21% 하락한 826을 찍었다.
올해 하반기 신조선 발주량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저운임 기조로 몸살을 겪고 있는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환경 에코십에 대한 선주들의 투자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양종서 연구원은 올해도 에코십 투자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하반기 발주량이 양호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그는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환경규제 강화 등의 이유로 컨테이너선의 친환경 선박 수요는 지속돼 선복량 과잉의 해소는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해상운임도 약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주요 항로를 중심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의 캐스캐이딩(전환배치)이 이뤄지고 있다. 양 연구원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인도로 항로별 선형의 정리가 이뤄지면서 중소형선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HRCI의 상승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상반기 평균 BDI 사상 최저
건화물선 시장은 올해 기록적인 침체로 역풍을 맞고 있다. 올해 2월 BDI(건화물선 운임지수)는 역대 최저인 509를 찍었다. 7월 들어 800포인트대로 진입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상반기 평균 BDI도 전년 수준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BDI는 614.6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 하락,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양 연구원은 시황부진의 이유로 중국정부의 석탄규제로 인한 운송수요 감소 등을 들었다.
궤를 같이해 용선료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년 정기용선료 기준으로 1분기 17만t급 케이프사이즈 평균 일일용선료는 8184달러로 전분기 대비 23% 하락한 수준을 보였다. 7만5천t급 파나막스, 5만2천t급 핸디막스 역시 각각 10.8% 10% 하락한 7071달러 7469달러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건화물선 시장은 하반기에도 약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선복량 증가율이 해상 물동량 상승세를 웃돌기 때문이다. 양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2013년 발주 물량이 대량 건조돼 선복량 증가율이 물량 증가율을 1~2%포인트 상회하며 시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탱커시장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올해 하반기 탱커 시황은 MR(Medium Range) 시장의 용선료와 운임하락 예상 등 불안요소를 비롯해 전세계 발주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 연구원은 2013년 발주물량의 대량인도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에는 시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석유제품 운송수요는 꾸준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하락은 내년까지 일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하반기 조선시황 ‘먹구름’
조선시장의 남은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수주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주실적에 대해 양 연구원은 전년 대비 약 24% 감소한 950만CGT(수정환산톤수)의 수주량을, 수주액 역시 30% 떨어진 23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건조량은 2013년 상선 호조기 대량 수주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약 6% 증가한 1280만CGT 수준으로 관측됐다.
극심한 시황침체 속에서도 선주들의 컨테이너선 발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연료소모가 큰 특성상 고효율 선박의 투자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 연구원은 최상위 선사들의 얼라이언스에 대항하기 위한 투자수요로 컨테이너선 발주는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조선사들의 효자품목이었던 유조선은 하반기에는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선복량 과잉으로 인해 상반기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유조선과 더불어 LNG선도 조선사들의 일감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양 연구원은 선복량 과잉으로 인해 하반기 이후 수주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점쳤다.
이밖에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벌크선과 해양플랜트도 하반기에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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