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공업체인 하림이 국내 1위 벌크선사 인수를 확정지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파산부(윤준 수석부장판사)는 12일 오전 열린 팬오션 관계인집회에서 변경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변경회생계획안의 주요 골자는 하림-JKL 컨소시엄의 팬오션 인수대금 1조79억5000만원 중 M&A 주간사회사 수수료 21억원, 실사 기준일 이후 회생담보권 및 회생채권 810억원을 뺀 나머지 약 9248억원을 재원으로 회생채권의 83%를 현금 변제한다는 내용이다.
갚아야 할 회생채권은 ▲회사채채권 3623억원 중 3008억원 ▲금융채권 925억원 중 768억원 ▲일반상거래채권 5014억원의 4163억원 ▲관계사 상거래채권 151억원 중 126억원 ▲확정구상채권 538억원 중 447억원 등 8513억원과 1·2차년도 미변제액, 미확정채권이다. 이 과정에서 1.25대 1의 주식 감자가 이뤄진다
회생채권 87% 주주 61% 찬성
팬오션 소액주주들이 감자안을 포함하고 있는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던 터라 이날 관계인집회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소액주주들은 농협과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표결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끝나고 말았다. 찬반 표결 결과 회생채권 87%, 주주 61.6%가 변경회생계획안을 찬성했다. 가결요건인 회생채권 3분의 2(66.7%), 주주 2분의 1(50%)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지분 13%(2788여주)로 현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500만주를 갖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채권단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소액주주들의 우호세력으로 평가됐던 농협과 새마을금고가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을 앞두고 진행된 이해관계인 진술에선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주주 이모씨는 “할인과 감자가 포함된 변경회생계획안이 가결된다면 최소 2800억을 넘는 엄청난 금액이 그동안 아무런 고통분담도 하지 않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하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매각을 주도한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주식 1.25:1의 감자로 인해 보유주식 약 2800만주가 감자를 당해 주가 3200원 기준으로 179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하며 돌려받는 채권 원금의 17%의 할인까지 포함할 경우 최소 411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주는 김유식 팬오션 관리인과 홍기택 산업은행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배임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주식 감자안 공방 뜨거워
김유식 관리인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217조 및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생채권자 권리를 감소하면서 주주의 권리를 감축하지 않는 것은 공정형평의 원칙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매각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의견”이라며 “회생채권을 전부 변제하지 않으면 주주의 권리 감축은 반드시 진행돼야 하며 그 폭은 회생채권의 감소보다 작아선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감자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을 회계사라고 밝힌 또 다른 이모 주주는 “미확정채권 변제를 위해 팬오션에서 책정한 충당부채가 과대평가되면서 하림의 인수금액 할인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팬오션의 2014년 감사보고서엔 2222억원으로 잡혀 있는 충당부채를 하림은 본실사를 마치고 이보다 500억원 많은 2722억원으로 과대 계상했으며 이를 근거로 인수가를 깎았고, 결국 주식 감자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하림은 입찰 당시 1조610억원으로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이후 530억여원 할인된 1조79억5000만원에 본계약을 체결했다.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 김정배 대리인은 소액주주의 의혹 제기에 대해 “감사보고서에서 충당부채가 2222억원이었던 건 작년 말이고 현재(올해 1분기)는 2883억원”이라며 “회생계획안에서 충당부채를 과대계상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하림 내주 인수단 파견
이날 표결로 변경회생계획안이 통과됨에 따라 하림그룹은 오는 16일 인수단을 파견해 팬오션의 경영권 인수 준비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림은 지난해 12월 팬오션 매각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지난 2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감자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변경회생계획안 부결 운동에 나서자 이달 9일 인수금액을 완납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으며 결국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하림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팬오션 인수를 통한 글로벌 곡물유통기업 도약을 재천명했다.
하림은 “회생 절차를 잘 마무리하고 경영을 정상화시켜 팬오션이 과거의 명성과 영광을 조속히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최근 계속되고 있는 해상운송사업의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곡물유통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팬오션이 축적하고 있는 전통과 경험, 우량한 기업문화가 잘 유지 발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로 4조3천억원 규모인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 내년 4월 공정거래위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편입될 전망이다.
팬오션 주식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의 승인을 거쳐 오는 17일 매매거래가 정지된 뒤 신주 발행, 유상증자 및 감자, 신주 상장의 절차를 거쳐 거래를 재개할 예정이다.
경영권 인수는 법원의 법정관리 졸업 허가와 함께 7월 말 모두 마무리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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