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두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해상노련) 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해운기자단과 만났다. 선원노조 사분오열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ITF)의 해상노련 지지 성명서 채택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다.
염 위원장은 지난 9일 오후 기자와 만나 최근 일부 해운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거론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상선노련)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 해상노련이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ITF 아시아태평양지역선원회의(ITF-APSRC)에서 ITF가 자신들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고 발표한 건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왜곡한 것이라며 성명서의 원문 공개를 요구했다.
상선노련측은 회의 참석자의 전언을 인용해 "해상노련은 ITF-APSRC에서 '상선연맹의 ITF 가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이 안건은 한국의 국내문제이므로 ITF 회의에서 채택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결의안 상정이 거부됐다"고 주장했다.
선원노조 분열은 선주만 좋은 일
염 위원장은 상선노련의 주장을 언급하며 선원노조단체들 간 비방과 공격이 자행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69년 연맹 역사 속에서 선거 후유증으로 인한 한파가 있었다. (과거에도) 진 사람들이 조직을 흔드는 일이 있어왔다.
하지만 소송 속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같이 가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에서 불편했던 점도 서로 양해하고 이해하는 게 해상노련의 역사였다. 새로운 연맹(상선노련)이 설립되다 보니 각자 주어진 역할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험담을 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어 “국내 노노간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지 않고 해외로 끌고 나가 국가 망신을 초래한 해상노련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기사 내용을 지적하며 “거꾸로 보도가 나온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ITF 회의가 필리핀에서 2월9일부터 12일까지 열렸고, 우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월8일 출국했는데, 상선노련은 (그 전인) 2월6일 일본으로 갔다. 일본이 ITF 의장국이다보니 도움을 요청하러 간 거였다. 국내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왜 의장국인 일본에서 털어놓나?”
염 위원장은 상선노련을 다시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털어놨다.
“상선노련이 선거에 불복해서 만들어진 걸로 저희는 판단한다. 현대상선 팬오션 한진해운 선박관리선원노조 등 4개 단위노조가 설립했는데, 한진은 상선연맹에서 탈퇴해서 저희들과 같이 가고 있다. 이 조직(상선노련)을 안을 준비가 돼 있고 계속 함께 가자고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분열되면 누가 이익을 취하느냐는 자명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선주들은 자기 위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고용을 할 수 있기에 노조가 분열돼서 2개 3개 생기고 붕괴되는 걸 원한다.
연맹을 설립했다고 하더라도 같이 가자, 원래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수차례 상선노련과 대화했다. 상선노련이 설립되기 전엔 의장단이고 중앙위원이고 할 것 없이 같은 기구 속에 있었다. 떨어져 나가는 건 오판할 수도 있다. 언제라도 다시 같이 가자는 게 우리 바람이다.”
현재 상선노련은 해상노련으로 돌아오는 조건으로 수산노련(전국수산산업노동조합연맹)과의 동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상선노련은 한국노총에서 선원노조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부산 본부에 방문했을 때 이 같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염 위원장은 이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해상노련 역사 속에서 선거에 지지한 사람이 (위원장이) 되지 않을 때 조직을 흔드는 잘못된 역사가 있었다. 수산연맹에선 (조직을 흔드는) 주도세력이 연맹위원장을 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연맹 위원장에 재선임되지 않으면) 단위조직으로 돌아가서 다시 위원장을 한다. 이런 일은 육상조직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상노련의 개혁 대상은 바로 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상선노련 요구를) 받아줄 수가 없다. 선주들이 상선노련과 단협을 체결해준 건 수산과 별개 조직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상선노련이 수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해상노련은 지난해 12월5일 열린 대의원 대회에서 상선노련 설립을 주도한 전국선박관리선원노조와 팬오션노조, 수산노련 설립을 주도한 부산해원노조와 경남해상산업노조를 제명했다. 이 가운데 부산해원노조와 경남해상산업노조는 전임 해상노련 위원장을 지낸 박 모씨와 권 모씨가 각각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염 위원장은 상선노련의 상급 노조 가입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상선노련은 지난 1월 ITF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선노련은 해상노련과) 동등한 지위를 달라고 정부나 노동계, 유관단체에 요청하고 있다. 해상노련은 69년된 노동단체인 반면 그쪽은 8개월 된 곳인데 그럴 수 있겠나? 한국노총도 정관상 기본적으로 1만명이 아니면 가입을 시켜주지 않는다. 또 조직이 떨어져 나가서 가입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기존 제3의 조직도 통합해서 같이 가려고 하는 게 한국노총의 기본 정서다. 그래서 한국노총에서 가입을 시켜주지 않고 있다.”
피부에 와닿는 복지정책 펼 것
염 위원장은 해상노련 개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해상노련이 여러 특별회비를 관리하는데 그 금액이 엄청나다. 그동안 복지를 한다고 했는데 손에 닿는 복지가 아니었다. 현장에, 피부에 와 닿는 원하는 복지를 하고 싶다.
기금을 모아서 복지를 하려고 하면 늦는다. 그래서 대의원 대회에서 (가용한) 2억원 범위내에서 복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동의해달라고 요청해서 허가를 받았다. 또 해상노련이 이제까지 봉사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봉사활동을 대의원대회의 승인을 얻어서 시행을 할 거다. 다방면에서 노동계나 현장의 선원들이 보고 있으니 피부에 와 닿는 복지를 하고 색다르게 보여주려고 한다.
또 사용주로부터 (해상노련이) 비난받는 게 권위의식이다. 해상노련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조하는 게 아니라 그 위에서 군림하려고 한다. 불편해서 오는 사람한테 군림하려 드니 누가 인정하겠나? 직원들에게 해상노련 문턱부터 낮춘다고 했다.”
염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상선노련측에서 요구한 ITF 성명서 사본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염 위원장은 “성명서 채택은 현지에서 참가국이 다 승인했으며 회의록에도 다 나와 있다”며 “ITF에서 사실확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해상노련측에서 제시한 성명서 영문 사본을 확인한 결과 해당 문서는 마헨드라 샤르마 ITF 아태지역 사무소장 명의로 발급된 것이었다. 김혜경 국제본부장은 “해상노련은 ITF 회의에서 성명서를 제출할 생각이 없었지만 ITF 지역위원회에서 제의해 제출하게 된 것”이라며 “긴급동의안으로 제출된 안건을 기타사항으로 분류해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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