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중항로가 개방 25주년을 맞는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를 체결하기 2년 전인 1990년 9월15일 한·중 합작선사인 위동항운의 8천t급 카페리선 < 골든브릿지 >호가 인천에서 중국 웨이하이(위해)를 향해 출발하면서 한중항로는 첫 물살을 갈랐다. 한중항로의 역사는 한중카페리항로의 역사인 셈이다.
25년이 흐르면서 한중카페리항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일궜다. 1척이었던 한중 카페리선은 현재 16척이 한국의 인천, 평택, 군산과 중국의 웨이하이 칭다오 다롄 등 12개 도시를 해상으로 연결하고 있다. 카페리를 통한 양국간 인적·물적 교류도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개설 첫해 여객 9412명, 컨테이너 409TEU였던 한중 카페리 수송량은 지난해 여객 159만2천명, 컨테이너 47만1천TEU로 크게 늘어나며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이끌고 있다.
한중항로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한중카페리항로지만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 세월 >호 사고 이후 선박 안전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한중카페리항로는 우리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객 실적이 크게 늘어났다지만 한국인들의 카페리선 이용은 오히려 22%나 급감했다.
신조선 도입 압박도 큰 부담이다. 양국 정부의 규제에 못이겨 현재 16개 한중카페리항로 중 2개 항로가 신조선을 발주했으며 다른 항로도 선박 발주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신조선 가격이 최대 1000억원에 육박할 만큼 고가여서 선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선사들은 항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신조선 도입을 위해선 장기저리의 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하소연한다.
지역항만당국의 홀대도 한중카페리선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인천신항 개장을 앞두고 국제여객부두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골든하버 프로젝트로 명명된 신(新) 국제여객부두 건설사업은 카페리 7선석과 크루즈 1선석 등 총 8선석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터미널 배후부지에 항만시설 외에 상업·업무·레저시설 등의 복합시설을 유치해 인천경제와 인천항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크루즈 부두 건설은 골든하버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꼽힌다.
반면 새 국제여객부두로 옮겨갈 한중 카페리선에 대해선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창근 IPA 사장은 크레인을 통해 하역하는 방식인 LO-LO(Lift On Lift Off)형 카페리선의 여객부두 출입에 제한을 둘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관련 선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항로 개방 추진도 카페리선사들에겐 달갑지 않은 움직임이다. IPA와 인천시, 지역 항만업계는 한중항로 개방에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카페리선사들은 한중항로 개방은 중국 및 외국 선사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카페리선사들의 화물 적취율이 6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항로를 개방할 경우 국적 선사들은 퇴출되고 외국선사들이 빈 자리를 채울 것이란 주장이다. 항로 개방을 두고 애향심과 애국심의 충돌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지난 3일 한중카페리협회 회장단과 IPA는 유창근 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나 상호 이해의 시간을 마련했지만 양측의 견해 차이만을 확인하고 말았다. 카페리선사들은 크루즈 중심의 항만 개발, 선사를 배제한 항로개방 추진 등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카페리선을 둘러싼 주요 현안은 한국해운업계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인 만큼 충분한 검토와 합의가 필요하다. 항만당국은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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