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해 컨테이너선사들의 지난해 매출총액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팬오션의 사업 축소 여파다.
동남아항로 경쟁 가열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이익 규모도 크게 줄어들었다. 2012년 동남아항로에서의 운임 인상을 배경으로 이익 잔치를 벌였던 근해 선사들은 지난해엔 동남아시장 악화로 급격한 하락세를 맛봤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개별재무제표 기준)에 따르면 근해항로를 취항 중인 컨테이너선사 11곳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4조811억원으로, 2011년의 4조2649억원에 비해 4.3% 감소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선사는 많지 않다. 11개 선사 중 매출액 감소세를 보인 곳은 팬오션(컨테이너 부문)을 비롯해 동진상선 태영상선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곳은 많게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등 상승곡선을 그렸다. 팬오션의 매출액이 반토막 나면서 전체 근해 컨테이너선 시장의 규모도 크게 후퇴했다.
남성·동영·범주 순위 상승
근해항로 1위 선사인 고려해운은 지난해 5.1%의 증가율을 보이며 매출액 1조1196억원을 달성했다. 2012년 첫 1조 매출을 돌파한 뒤 지난해에도 순항을 이어갔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오던 인도네시아항로에 더해 팬오션 법정관리 이후 말레이시아항로까지 접수하며 성장동력을 확대하고 있다.
고려해운은 향후 베트남항로 강화 방침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은 다소 위축됐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1억원 252억원을 기록, 47.4% 27.2%의 감소율을 보였다.
근해선사 중 매출액 순위 2위에 올라 있는 장금상선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출액은 4.6% 늘어난 8105억원을 기록하며 8000억원 고지를 돌파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4% 40.1% 뒷걸음질 친 452억원 444억원을 냈다. 큰 폭의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이익 규모는 근해선사들 중 가장 높다.
장금상선은 이달 초 4252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인수하는 등 선박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흥아해운은 영업이익과 순이익간 명암이 엇갈렸다. 영업이익(167억원)은 46.1% 감소한 반면 순이익은(163억원) 두 자릿수(17.9%)로 늘어났다. 순이익 성장은 외화환산이익 증가와 보험금수익 발생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은 7431억원을 기록, 5.5%의 성장률을 보였다.
남성해운은 팬오션을 제치고 근해 컨테이너선사 순위 4위로 뛰어올랐다. 매출액은 3687억원을 기록, 4.7%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9% 95.9% 역신장하며 47억원 9억원에 머물렀다.
팬오션은 법정관리 신청의 후유증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팬오션 컨테이너선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3475억원으로 2012년의 6976억원에서 반토막 났으며 영업손실 규모는 1327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팬오션은 법정관리 이후 대대적인 서비스 철수를 단행했다. 현재 부산-게이힌 부산-한신, 인천-칭다오 노선만을 취항 중이다.
천경해운은 비교적 높은 폭의 매출액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액은 7.6% 늘어난 1894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012년 5억원에서 지난해 23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동남아항로에서의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오히려 향상된 건 고무적이다. 순이익은 외화 환산이익 감소로 15억원에서 8억원으로 49.1% 감소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지난해 선복용선(슬롯차터) 방식으로 동남아항로에 진출한 동진상선은 비용절감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매출액은 1122억원으로 9.1%의 감소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대 성장하며 3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동영해운과 범주해운은 각각 3.4% 11.1% 성장한 1095억원 109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나란히 순위가 한 계단씩 올랐다. 동영해운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경우 각각 28.8% 31% 하락한 58억원 72억원을 각각 내는데 그쳤다. 범주해운은 2012년 BEP(손익분기점) 수준이던 영업이익을 11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순이익은 16억원에서 4억원으로 4분의 1토막 났다.
태영상선은 지난해 매출액 하락으로 인해 근해 컨테이너선사 순위가 2012년 8위에서 10위로 두 계단이나 떨어졌다. 영업적자도 이어졌다. 한일·한중항로에서만 사업을 벌이는 등 보수적인 경영을 고수하고 있는 이 선사가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다소 의외다. 장금상선 자회사인 한성라인은 매출액이 두 자릿수로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9.8%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21.6%로 근해선사들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린 운임유지가 과제
올해는 근해선사들이 수익성을 끌어올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요 선사들은 1~2월 비수기 여파로 1분기에 적자를 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덤핑운임이 2월까지 유지된 까닭이다.
선사들은 3월 중순부터 한중항로와 동남아항로에서 운임인상에 나섰다. 2012년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운임인상을 두고 화주와 물류기업(포워더)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른 운임이 언제든지 다시 들썩일 수 있는 구조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동남아항로에서 대형 포워더들을 상대로 운임회복을 진행 중이지만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며 “(화주들이) 항로에서 운임을 올리면 다른 지역 물량을 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