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0 10:29

P3네트워크 대응에 부산항 미래 달렸다

인센티브 개선 등 환적화물 이탈 방지책 마련 절실

< 머스크 맥키니 몰러 >호

세계 1~3위 컨테이너선사 머스크(Maersk)와 MSC, CMA-CGM 등이 올해부터 운영하는 공동 선대(Alliance)의 명칭인 P3네트워크가 정식 출범을 앞두고 부산항은 묘한 긴장감에 빠져있다.

한국과 중국이 P3네트워크의 출범을 반대하고 있어 정확한 출범일자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미 연방해사위원회(FMC)의 P3네트워크에 대한 선박공유협정(VSA) 신고 승인 발표로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애당초 많은 물류관계자들은 이번 미국 FMC의 승인에 대해 별 문제가 없는 한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기에 남은 중국 정부의 승인에 부산항 관계자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세계의 공장 및 소비처로 불리는 중국이기에 P3네트워크 물동량의 60% 정도가 중국을 오가는 만큼 이번 P3네트워크 출범 여부를 결정하는 키는 결국 중국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중국 선사들은 P3 출범을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엔 자국 선사 및 물류업체 등의 피해를 줄이는 선에서 타협하고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연말 일본 선사 NYK에서 발표한 ‘전 세계 컨테이너 수송과 취항상황’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총 척수는 5천척 이상이고 20피트 컨테이너(TEU)로 환산하면 1688만TEU에 달한다. 그 중 상위 20개 선사가 전체 선복량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P3가 보유한 컨테이너선과 선복량은 압도적이다.

머스크 578척(252만TEU), MSC 440척(229만TEU), CMA CGM은 401척(149만TEU)으로 3사의 선복량을 합치면 1419척(630만TEU)으로 전 세계 컨테이너 총 선복량의 37% 규모다.

앞으로 P3네트워크는 보유선박 255척(선복량 260만TEU)을 공유해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아시아-대서양 노선 등 세계 무역의 핵심 루트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시아-유럽과 북미 항로는 전체 시장의 45%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여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거대 공룡 P3네트워크 출범으로 부산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환적화물의 감소로 인한 항만 위상의 저하다. 부산항이 지난해 처리한 1767만TEU 중 환적화물은 920만TEU다. 환적화물 비중이 52%에 달해 동북아를 대표하는 환적항만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P3 선박이 향후 세계 주요 항만에 직접 기항하는 사례가 늘면서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P3네트워크가 예정대로 올 여름부터 가동된다면 글로벌 컨테이너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만큼 파급효과가 클 것이란 점에서 부산항 관계자들은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 게 현실이다.

BPA, P3네트워크 유치에 ‘총력’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해부터 P3네트워크에 대비해 각종 공청회 및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분주히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BPA는 환적화물 유치에 중점을 두고, 지난해 9월 P3의 유치를 위해 홍콩에 있는 CMA-CGM 아태지역본부와 싱가포르의 MSC 지역본부 등을 방문, 부산항의 경쟁력을 설명하고 부산항을 이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선사와 운영사, 정부 기관, 항만관계자 등이 참여한 P3 관련 간담회를 갖고 부산항의 향후 전략을 함께 모색했다.

정부를 중심으로 BPA와 선사, 터미널 운영사 및 관계 기관과 업체들은 항만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선사 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부산항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데 큰 공감을 하고 있다.

부산항은 환적화물의 효율적 운송을 위한 공동배차센터(ITT 코디네이션센터) 운영을 통해 선사들의 비용 절감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선사들은 화물 환적시 부산항내 각기 다른 터미널 운영사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운송료에 적잖은 부담을 느껴왔기에 이번 ITT센터 운영을 무척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비용 절감 및 항만서비스 증대 외에 기존 항로 서비스 특성화를 통해 환적 물량 확보에 큰 공을 기울여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도 있다. 또한 P3네트워크의 공동 운항노선인 동서항로(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유럽~북미)와 개별 노선인 남북항로(아시아-중남미, 아시아-아프리카 등)를 대상으로 환적물량 경로를 분석하고 이들 화물을 부산항으로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도 부지런히 펼쳐나가야 한다. 

지난 1월 개최된 ‘부산항 현주소 세미나’에서 BPA 신진선 글로벌마케팅TF 팀장은 ‘얼라이언스 체제 확대와 부산항 영향 및 대응방안’에 대한 발표를 통해 P3의 본격 가동으로 머스크, MSC 등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자가터미널에서 환적화물을 처리할 경우 부산항 환적화물 증대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선사들의 환적화물 처리지 변경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항로(아시아-중남미, 아시아-아프리카 등) 환적화물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부족분을 채워나간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BPA는 이들 대형 선사들이 부산항에서 불편하게 느끼는 사항들을 여러 항목별로 분류하고 문제점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기에 선사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북아 항만 정책 변화 추이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부산항 전체 환적의 31%를 점유하고 있으며, 그 중 북중국 3대 항만(톈진, 칭다오, 다롄)이 22%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까지 포함하면 부산항 전체 환적화물의 46%를 두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계속 증대하기 위해서는 이들 인근항만과의 지속적인 교류 및 집화기능 강화, 부산 신항 배후물류부지 등에 일본 기업의 적극유치 등을 통한 신규화물 창출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P3네트워크는 세계 1~3위의 선사인 머스크와 MSC, CMA CGM이 해운시황 침체라는 위기를 효율적인 운항 및 비용감축을 통해 극복하자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출발하게 됐다. 불과 채 1년이 안된 시점에서 P3네트워크의 출범으로 세계의 해운시장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이들 선대가 앞으로 기항하게 될 항만은 물동량 증대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

부산항 역시 동북아를 대표하는 중심허브항만으로 환적화물의 비중이 무척이나 높기에 이들 P3네트워크의 기항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항은 예부터 세계 해상 주 간선항로에 위치해 컨테이너선 등의 정기항로 네트워크가 무척 발달해 있다. 또 태풍 등 여러 자연재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해 365일 안정적인 항만 운영이 가능한 항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BPA 및 부산시는 이러한 장점을 살려 저비용 고효율의 항만서비스 제공과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변신을 통해 P3네트워크 출범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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