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경쟁력 확보, HSE 극복 없이는 어려워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반잠수식 원유시추설비

●●●해양플랜트산업에 보건안전환경(HSE)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전상엽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석유·가스의 탐사와 시추 및 생산 등의 사업이 매우 드물게 이뤄지고 있고, 관련 국내 규정이 정비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해양플랜트산업에 대한 국제적인 HSE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플랜트산업 HSE 규제 커지고 있어

1998년 북해에서 발생한 파이퍼 알파 폭발사고를 계기로 영국은 해양플랜트 구조물에 대한 안전지침을 제정해 해양플랜트산업 분야의 안전기준을 확립했다.

안전지침은 설계부터, 시운전, 운영, 해체까지 전 단계에 걸쳐 적용된다. 석유·가스 부문에서는 시추선, 해상 생산플랫폼, 육상터미널, 파이프라인 등에 대해 주요 사고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방법을 제시한다.

미국 또한 해양 석유·가스에 대한 관리조직을 개편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해양에너지 관리, 규정 및 정책시행을 담당하는 미국 해양에너지관리규제집행국의 안전, 환경관리시스템은 심해 석유·가스 관련 작업을 하는 모든 운영자에게 적용된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보건과 안전 및 환경은 중요하지만 해양플랜트의 경우 해양환경조건과 깊은 수심, 원유나 가스 등의 압력·제어 등이 필요하므로 특히 이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건조된 해양플랜트의 안전수준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검증된 설계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오랜 제작기간과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해양플랜트는 사후 개조로 인한 예상치 않은 비용발생과 시간지연을 최소화 해야 한다. 따라서 설기초기 단계에서부터 설계 및 운영 의사결정과정에 안전기준을 엄격하게 고려해야한다.

WTO 체제 출범 이후 기업경영의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안전기준의 준수를 교역조건으로 블루라운드의 등장 이후 통상의 규제수단으로 부상되고 있다. 산업안전은 국제노동기구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작업장 내 보건안전을 국가정책차원에서 이행하도록 2006년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채택하기도 했다. 유럽 안전보건청은 ‘직장에서의 질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전략을 수립하고 산업현장 행동변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 교수는 “향후 국내외적으로 산업안전기준 미달기업 또는 재해다발 기업 등에 대한 입찰제한, 영업중지, 보험료 차등부과 등 규제강화가 예상된다”고 밝히며 “HSE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규제변화에 발 빠른 대응 필요

해양플랜트 안전관리의 핵심은 주요 위험 식별과 평가 및 통제 수준이 관련 기준에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평가의 목적은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가 인명, 환경, 재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들을 확률적으로 이해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이 효율적으로 확보돼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전 교수는 “해양플랜트 사업자는 중대사고의 원인이 되는 모든 위험을 식별·평가하고 합리적인 실행으로 최저수준까지 위험이 저감되도록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건·안전 법령을 준수할 수 있는 적절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플랜트 설계과정의 위험도 분석은 주요사고 위험요인과 안전취약요소에 대해 수행하므로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화재, 폭발, 유정폭발, 헬기추락, 구조물 손상  등에 대한 위험도 분석과 안전시스템 신뢰도 분석 및 생산가용도 분석 등이 포함되며 다음과 같은 기법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전 교수는 해양플랜트에 영향을 주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단계에서 위험감소 및 경감, 예방, 탐지, 사고결과 완화 방안강구 ▲장비 및 부품의 고장률, 유지보수 소요시간, 이중화를 고려한 공정배치 고려 ▲ 주요장비가 중단되지 않도록 충분한 여유기능 확보·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HSE요소를 적용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과 인증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1990년대 WTO체제 출범과 더불어 품질, 환경, 안전에 대한 국제적 규격화가 진행돼 ISO규격이 제정됐다. 1996년 6월에 개최된 안전에 대한 규격화를 위한 ISO 워크숍 결과 안전에 대한 규격화가 부결됐다.

안전 분야 규격화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국제노동기구로 이관되고 국제노동기구에서는 각국의 문화, 법령, 실정에 따라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도입하도록 권고함에 따라 국제안전인증 등 다양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개발·도입됐다. 안전경영시스템은 안전 및 보건 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반영한다. 또한 하청 및 재하청 업체의 관리사항과 주요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식별하고 대책 마련 또는 통제 등의 사항을 포함한다.

전 교수는 “해양플랜트의 경우 설비나 구조물 자체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발주자가 제작사 선정 과정에서 제작사의 작업장 안전 준수 여부를 평가요소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해외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기술과 제품개발이 이러한 글로벌 규제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시장진입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는 반면, 그 기준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시장진입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