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6 09:19

논단/유류오염 손해배상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 태안 유류오염사고에 관한 최근의 사정재판 결정내용을 중심으로 -

7. 기타 비용 및 위자료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및 범위

가. 조언자비용
유류오염사고로 손해를 입은 자가 선주로부터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선주가 신청한 책임제한절차에 참가해야 하고 그 참가를 위해서는 제한채권신고서에 제한채권의 원인 및 금액과 산정 의 기초 등을 기재해 제출해야 한다(책임제한절차법 제43조 제2항). 이를 위해서는 유류오염사고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손해액은 얼마이고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관한 조사가 필요하다.
유류오염손해의 피해자는 이에 관해문외한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 조사 및 제한채권신고 과정에서 전문가인 변호사 또는 손해사정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통상적이다. 따라서 조언자를 선임할 필요성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언자가 수행한 업무의 양과 질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지출한 조언자 비용은 유류오염사고로 인한 통상적인 손해로서 유류오염손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위와 같은 조언자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신고함에 있어 대부분의 채권자들은 조언자의 업무수행 범위 및 정도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일정 비율을 조언자비용 상당의 손해로 신고하고 있는 바 이는 조언자가 수행한 업무의 범위 및 정도와는 관계 없이 청구된 것으로서 그와 같이 청구된 조언자비용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유류오염 손해라고 할 수 없다.

나. 피해대책위원회 비용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은 이 사건 사고에 보다 조직적·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역별, 업종별로 단체(이하 ‘피해대책위원회’라 한다)를 결성했는 바 일부 채권자들은 피해대책위원회의 운영비용도 유류오염손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제한채권으로 신고했다.
한편 이 사건 사고의 발생으로 제정된 허베이특별법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은 단체를 구성해 관할 행정청에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7조 제1항).
그러나 위 법에 의하더라도 피해주민단체의 구성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고 위 법에 의한 피해주민단체의 권한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 의견을 진술함(동법 제6조 제2항, 제7조 제2항, 제8조 제1항)에 그쳐 위 법상 피해대책위원회가 유류오염손해배상에 있어 어떠한 역할을 하도록 돼 있는 것은 아닌 점, 유류오염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단체의 구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유류오염손해의 조사 및 제한채권신고 과정에서의 효율성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임의로 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용한 것에 불과한 점, 피해대책위원회의 사업 및 활동은 주로 피해지역 복구사업, 손해배상 및 보상을 위한 활동, 피해지역 주민지원사업, 행정관청 및 기업과의 협력활동, 피해방지 및 환경운동 등으로 돼 있어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 행정관청과 별도로 위와 같이 피해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없을뿐더러 활동내용 또한 유류오염사고의 손해배상과 무관한 부분이 많은 점, 피해대책위원회의 비용지출내역도 직원들 급여 및 수당, 사무실 임차료, 사무실 운영비, 일반관리비 등으로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필요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으로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신청인으로서는 손해전보를 위해 피해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피해대책위원회의 운영을 위한 비용이 지출될 것을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대책위원회의 운영비용은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 있는 손해라 할 수 없다.

다. 위자료
일부 채권차들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제한절차 개시결정의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물적 손해에 관한 채권에 대해 책임제한절차를 개시한다고 돼 있는 바 ‘물적 손해’는 문구 그 자체로 물질적 손해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고 이를 정신적 손해로 해석할 수 없으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가 이 사건 책임제한절차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물적 침해를 입은 피해자는 그 재산상 손해의 배상에 의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를 이유로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다.
다만 재산상 손해의 배상이 이뤄진다 해도 그것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남는 경우 비로소 위자료 청구가 인용되는데(대법원 1995년 5월12일 선고 94다2555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고로 물적 침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채권자들의 경우 그 재산상 손해의 배상에 의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됐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그것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남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책임제한절차에서 채권자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8. 중요 쟁점에 관한 판단

가. 유류오염으로 이한 어업생물의 폐사 여부
위 소명사실에 앞서 본 인과관계 추정의 법리를 적용해 보면 유해물질이 함유돼 해양생물의 폐사를 초래할 수 있는 원유가 유출됐고 그 농도가 상당 기간 기준치를 초과해 잔존했으며 유류에 노출된 어업생물에 폐사가 발견된 이상 유류에 노출된 어업생물의 폐사는 이 사건 사고로 유출된 유류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되고, 달리 유출된 유류가 무해하다거나 다른 원인이 개입돼 어업생물이 폐사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로 어업생물이 폐사했고 이에 따라 생산량 감소 등 손해가 발생했다는 채권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로 인한 손해가 유류오염 손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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