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G에세이/ 항구와 배 “그리고 부두는 언제 잠드는가”

서대남 편집위원

해운이나 항만 그리고 선박을 건성으로 알고 있는 일반인들은 흔히들 ‘파일럿(Pilot)’이라 하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항공기 조종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본래는 바다의 수로 안내인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비행기의 역사는 선박에 비해 일천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인류 역사의 시발과 함께 인간이 배를 만들어 바다를 항행하는 기술을 익힐 때부터, 하는 업무 내용이나 형태는 다소 달라졌지만, 바다의 물길을 따라 수로를 안내하는 업무에 익숙한 도선사가 필요했고 그때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방법도 항공기나 육로를 통한 기차나 화물차량, 그리고 바다에서 선박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각의 방법에 장단점이 있으니 어느 것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북쪽은 분단된 상태이고 보면 사실상 섬나라나 마친가지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어떤 운송수단보다도 선박이 유리한 셈이다.

특히 먼 나라로부터 원자재를 국내에 싣고 들어와 이를 가공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팔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이들 상품들을 실어 나르는 데는 특히, 한번에 많은 양을 저렴하게 운송하기 위해서는, 선박보다 더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 아직까지는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짐을 싣고 항만을 떠나 크고 작은 바다와 대양을 거쳐 목적지 부두에 입출항을 하려면 첫발을 내딛는 지역이 항만이기 때문에 선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지역정보를 갖추고 오랜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하게 되는바 이러한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바로 도선사인 것이다.

도선사는 지금까지 언급해 온 대로 국가에서 인정하는 면허를 가지고 운하(運河)나, 강(江) 등의 좁은 수역이나 항만에서 선박을 원활하게 조종하여 항행을 하기도 하고 또 접안(接岸)이나 이안(離岸)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외국선박을 도선할 경우는 선장과 항해사 등 선원들과 도선업무와 관련된 의사소통을 해야하기 때문에 외국어, 특히 영어에 능통해야 하고 실제로 해기사들에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도선을 하려면 우선 도선사는 사전에 도선 일정을 검토하고 도선기술 개발, 각종 안전관리 자료 검토 등을 통해 당해 선박에 꼭 필요한 조종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선장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당해 항만 해역에 존재하는 특수한 상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 항만에 도선구별로 배치되어 도선업무에 종사하는 도선사들은 대개 해기사로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급 선장출신이 대부분이다.

또 항해상 위험물, 제한수로, 암초, 조류, 해양기상 등에 관한 지역적 지식을 결합하여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서 해양사고 및 해양오염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게 만전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어 도선사는 도선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선선(導船船/Pilot Boat)이나 기타 도선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도선선이란 입항하려는 당해 항만의 외항이나 도선점(Pilot Station)에 정박하고 있는 본선까지 도선사를 태우고 가거나 출항하는 선박의 경우는, 그 역으로 본선을 타고 나가며 도선을 끝낸 도선사를 하선 후에 다시 싣고 출발지점으로 귀환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선박을 일컫는다.

도선선을 운항하는 선장은 일반 항해사의 범주에 속하며 별도로 도선선 선장의 자격을 따로 정하지는 않고 있다.

보통 10~20총톤 규모 크기의 도선선은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의 규정에 의한 국제신호기류(國際信號旗類) 중 ‘H’기류를 게양해야 하며 도선선의 등화(燈火)나 형상물 및 도선 신호방법 등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에 따르도록 돼 있다. 그리고 도선선의 의장(艤裝)은 선체의 외부는 하얀색으로 칠해야 하고 선측에는 영자로 ‘PILOT’란 표지를 검은색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야 한다.

선사나 선장으로부터 미리 도선 의뢰를 받은 도선사는 도선선을 타고 선박이 대기 또는 항행중인 선박의 도선점에 이르면 본선에서 내려보내는 도선사용 ‘래더(Ladder/사닥다리)’를 타고 본선에 탑승하게된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