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운임지수 BDI, 25년만의 최저치 기록
글로벌 해운업계에 불어닥친 매서운 한파가 그칠줄 모르고 있다. 해운선박 공급 과잉에 운임이 약 25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해 하루 동안 화물을 나르면 운영비도 못 건지는 운항선박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유로존 국가채무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가 불가피하고, 특히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 중국도 경제성장세가 둔화돼 해운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운사들의 혹한기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발틱해운거래소에서 해운운임지수인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전일 대비 18포인트(2.65%) 하락한 662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최저치인 지난 2008년 12월5일의 663을 하향 돌파한 것이며 지난 1986년 8월28일 이후 약 25년 만의 최저치다.
BDI는 지난해 12월12일부터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속 내리며 현재까지 65%나 급락했다. 1월에만 61% 하락해 발틱해운거래소가 지수를 개설한 지난 1985년 이후 역대 2번째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초대형 규모인 케이프사이즈급 건화물선의 운임 지수인 발틱 케이프사이즈 지수는 이날 0.07% 하락했다. 케이프사이즈급 건화물선은 하루 평균 수입이 지난해 12월12일 3만2889달러에서 이날 5327달러까지 폭락했다. 이는 지난해 3월3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또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규모 선박인 파나막스급 건화물선의 운임 지수인 파나막스 지수는 이날 4.14% 하락했다. 현재 파나막스급 건화물선의 평균 수입은 5515달러다.
이 같은 수입은 선박 운영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케이프사이즈급 건화물선의 운영비는 하루 평균 7500~8000달러다. 약 5300달러 수준의 수입으로는 운항 때마다 2000~3000달러씩 손실을 내는 꼴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해운사들은 재무구조가 엉망이 됐고, 선박 리스비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의 대한해운 같은 대형 해운사도 지난해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정도다.
지난달 운임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것은 중국이 장기간의 춘절 연휴에 들어간 탓이 크다. 프로데 마케달 플라토마켓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이 춘졔 연휴로부터 돌아왔지만 현재까지 경기가 회복되는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임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선박 공급 과잉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선박·해운업계는 호황을 누렸는데 당시 주문했던 배들이 이제서야 막 쏟아져 나오면서 화물 운송 수요보다 선박 공급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규모가 가장 큰 케이프사이즈급 건화물선은 주문을 하면 보통 2년반에서 3년 뒤에 완성된다.
2007~2008년 해운 붐 이전에 케이프사이즈급 건화물선은 한 해 평균 45척이 출하됐다. 그러나 경기 거품이 꺼진 2009년에는 오히려 115척으로 급증했으며 2010년에도 214척, 지난해에는 260척까지 급증세가 이어졌다.
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올해 역시 이 같은 과잉 공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스틴 예이거맨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2012년에도 두 자릿수의 선박 공급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리 랜즈버그 코모도어리서치&컨설턴시 대표도 "올해 역대 3번째로 많은 선박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운임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경색, 중국의 경기둔화 등에 하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가이 캠벨 클락슨쉽브로커스 건화물선 리서치 담당은 "앞으로 수년 동안 선박 과잉 공급이 운임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며 "2012년은 암울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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