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6 14:30
판례/해양안전심판에서의 정기용선자의 주의의무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대법원2008. 8. 21. 선고 2007추80판결
【원 고】 **건설주식회사
【피 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원심재결】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7. 8. 2.자 중해심 제2007-12호 재결
【주 문】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7. 8. 2.자 중해심 제2007-12호 재결 중 원고에 대하여 시정을 권고한다는 부분을 취소하고, 이 부분을 중앙해양안전심판원으로 환송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8.16자에 이어>
1. 문제의 제기
정기용선계약의 법적성질에 관하여 대법원은 해기사항과 상사사항으로 구분하여 선박충돌과 같은 해기사항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1다65977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 해기적 사항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이러한 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의 문제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심법’이라고 한다)의 적용문제를 동일하게 보아 사법의 이론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므로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사실관계 및 쟁점
(1) 흥진건설 주식회사로부터 옹도항로표지관리소 선착장개량공사 중 수중공사를 하도급받은 원고는 소외 1로부터 예인선인 태광호(총톤수 45.36t)를, 소외 2로부터 부선인 부국호(총톤수 372t)를 각 임차하여 예인선열로 조합한 다음 위 공사에 투입하여 자재운반 등의 작업을 수행하게 하였다.
태광호의 선장은 소외 3이고, 부선의 선두는 소외 4이었는데, 소외 1과 소외 2는 원고에게 위 각 선박과 함께 선원들을 함께 제공하였다.
(2) 위 각 임대차계약은 장비임대차계약으로 칭하고 ① 임대료에는 선원의 식대, 수당 및 기타 소모품 비용이 포함되며, ② 장비에 대한 정비·검사·수리는 임대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행하고, ③ 무자격자에 의한 운전으로 발생한 사고, 음주로 인한 사고, 임차인의 지시 없이 장비를 가동시켜 발생한 사고, 장비의 노후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 및 조종원의 불찰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는 임대인의 비용 또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며, ④ 임대장비의 운전원은 임차인의 지시에 절대 복종하여야 하고 임차인은 불응하는 운전원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3) 위 두 선박은 2006. 4. 29. 20:30경부터 다음날인 같은 달 30. 09:30경까지 공사현장에서 공사 중 바다에 떨어진 사석과 골재를 인양, 수거하는 작업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위 작업을 마치고 태광호가 안흥항으로 귀항하기 위하여 거친 파도와 강한 조류가 흐르는 시기에 부선 부국호를 선미 예인하여 옹도 선착장을 출항하던 중 파도, 조류 및 급속한 변침 등의 영향으로 심한 좌현경사를 일으킨 후 복원되지 못하고 2006. 4. 30. 09:37경 옹도 선착장 앞 해상에서 선체가 침몰하면서 선장 소외 3을 포함한 선원 2명이 실종되는 이 사건 해양사고가 발생하였다.
(4)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수중공사 하수급인이자 시공자로서, 또한 태광호와 부국호를 임차하여 예인선열로 조합, 공사에 투입하여 운항·관리하는 선박운항자로서, ① 악천후 상황에서 태광호 선장 소외 3이 무리하게 출항할 당시 작업반장 소외 5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출항을 강력하게 제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② 선장의 자격 적격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앞으로 공사에 투입하여 운항·관리하는 선박에 대하여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심법'이라 한다) 제5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시정을 권고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재결을 하였다.
(5) 이에 원고는 시정권고가 민사의 책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이러한 권고재결을 취소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원고는 자신은 정기용선자이기 때문에 선박의 운항에 대하여는 아무런 의무가 없음에도 잘못이 있다고 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권고재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결의 요지
상법상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의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에 관하여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지휘·감독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로지 선주에게 있으나, 해양사고의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해양안전의 확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과 선박의 운행 중 사고로 인한 공평한 손해배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상법은 각기 그 입법 취지가 다르므로, 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 정기용선자라 하더라도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계있는 사유가 밝혀진 경우에는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지만, 정기용선자가 선박의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에 관한 안전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거나 정기용선자에게 안전의무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까지 그에 대하여 시정권고재결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
다. 평석
위 대법원 판시와 같이 해양안전의 확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해심법과 손해의 공평한 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상법은 그 입법취지가 다르므로 상법상의 책임이론과 해심법의 적용문제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취지를 설시한 부분은 타당해 보인다. 따라서, 해기적 사항에 관해 상법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정기용선자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보아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목적에 부합한다면 정기용선자도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이 정기용선자에게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 사항에 관한 안전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거나 안전의무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까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시정권고재결을 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 것은 매우 타당한 판시로 보인다.
<끝>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