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9 14:59
논단/복합운송인에 대한 9개월 단기제소기간 약관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 최근 대법원 판결은 화물멸실이 육상운송구간에서 생긴 경우에는 약관을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함.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8.9자에 이어>
(2) 9개월 제소기간 약관의 유효성 여부
우리 상법은 육상운송에 관해는 1년의 소멸시효만을 규정하고 있고 이는 제척기간이 아니라서 일반 원칙에 의해 이를 단축, 경감하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은 유효하다는 점(민법 제184조 제2항),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규정한 9개월의 제소기간은 그 성격상 소멸시효가 아니라 기간을 정한 부제소합의라고 할 것이지만 1년보다 단기의 소멸시효약정이 가능한 이상 이러한 부제소합의를 반드시 무효라고 볼 근거는 없다는 점, 현재 복합운송에 적용할 국제조약은 없다는 점, 위 9개월의 제소기간은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와 국제상업회의소가 공동으로 만들어 199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위 UNCTAD/ICC 복합운송증권규칙(이 규칙은 하나의 지침에 불과하나 복합운송계약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조약이나 국내법의 강행규정이 없는 이상 국제무역거래에 적용될 수 있다) 제10조의 규정과 동일한 점,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복합운송에 관한 약관은 국제복합운송주선업자협회연맹(FIATA)이 제정한 FIATA 선하증권의 약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경부터 한국복합운송주선업협회(KIFFA)가 위 FIATA의 약관과 유사한 내용으로 KIFFA 선하증권을 제정해 사용하고 있는데 위 두 가지 선하증권 모두 9개월의 제소기간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 이 사건 각 선하증권에도 이러한 사정에 따라 앞서 본 바와 같이 “KIFFA” 및 “FIATA”, 또는 “UNCTAD/ICC 복합운송증권규칙”이라는 용어가 기재되어 있는 점, 당초 복합운송업자들이 위와 같이 9개월의 제소기간을 규정하게 된 것은 실제 해상운송인에 대한 제소기간이 통상 1년[헤이그규칙(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of Law Relating to Bills of Lading, 1924) 또는 헤이그 비스비규칙(Protocol to Amend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of Law Relating to Bills of Lading, 1968)]이므로 복합운송인이 실제 운송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함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이유에서 1년 보다 단기간으로 정하게 된 것이라는 점 등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한다면, 적어도 이 사건 도난 사고로 인한 이 사건 각 화물의 멸실이 육상운송구간에서 생긴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위 9개월의 제소기간 약관을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9개월 제소약관의 유효성 여부 판단에 이라크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
원고 1 주식회사가 이라크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인 약관 제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이 사건 운송계약에 적용되는 국내법(national law applicable to the contract)”이라는 의미는 그 문언의 내용 자체나(위 문언을 운송물이 멸실된 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또는 준거법에 관한 규정인 제19조와의 조화로운 해석상 준거법인 우리나라법을 의미한다고 보인다.
그리고 제8조 제6항에서 말하는 “강행적인 국내법” 역시 위와 같은 취지에서 이는 준거법인 우리나라법을 말한다고 할 것이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제8조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한 규정임이 그 규정체제나 내용에 비추어 분명하므로, 제8조 제6항의 규정을 제소기간 약관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는 법규정을 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라크법에 의해 위 제소약관의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원고 1 주식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에서의 제소기간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은 물품이 인도되었어야 할 날로부터 9개월 이내에 소가 제기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도난 사고는 이라크의 라마디 지역에서 2005. 9. 19. 및 2005. 9. 21.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화물이 인도되었어야 할 날은 이 사건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다면 통상적으로 바그다드에 도달하였다고 보이는 2005. 9. 21.부터 수일 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도난 사고로부터 9개월이 지나 1년 가까이 경과한 2006. 9. 18.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분명하므로 원고 1 주식회사 및 원고 2의 이 사건 소는 제소기간을 도과해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5. 결어
최근의 위 대법원 판결은 9개월 단기제소기간규정이 약관의 설명의무 대상인지, 단기제소기간이 선하증권에 편입된 이유와 당위성 및 운송구간에 따른 제소기간 차등 적용의 불합리성 등을 이유로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생각컨데, 9개월 제소기간 약관은 해상법상의 1년 제소기간(상법 제814조)은 물론 운송주선인, 운송인의 1년 소멸시효기간(상법 제121조, 147조)을 3개월이나 단축시키는 것이므로 약관규제법상 약관의 명시설명의무(약관규제법 제3조 참조)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현행 해상법은 운송인이 화주에게 배상하는 경우 3개월의 제소기간 연장 등 구상권 행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므로(상법 제814조 2항, 3항 참조) 복합운송인의 보호를 위해 9개월 제소기간을 따로 둘 당위성도 상실되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복합운송의 경우 손해발생구간이 육송운송구간이든 해상운송기간이든 관계없이 가능한 한 해상법상의 1년 제소기간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부제소특약임을 이유로 육상운송구간에 한해 9개월 단기제소기간 약관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절하지 아니한 것으로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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