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방 한국선주협회 회장

2020년 세계 3위 해운강국 도약 목표

한국선주협회 이진방 회장은 향후 목표를 한국 해운산업의 세계 3위 도약으로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선박금융 선화주협력문제 등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방 회장은 18일 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세계 3위 해운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며 “앞으로 갈길이 멀기 때문에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목표 달성을 위한 요건으로 ▲선박금융 활성화 ▲선화주 협력문제 개선 ▲연관산업의 동반발전 ▲국민들의 해운업 인식 제고 등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나타난 우리 외항해운업계의 가장 큰 취약점은 선박금융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해운산업에 대한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선박금융은 대부분 유럽지역에 몰려 있다”며 “이들은 전문성이 매우 높아 해운시황이 좋거나 나쁘거나 꾸준히 지원을 해준다”고 소개했다.

선박금융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지난 3월 부산시와 선박금융전문기관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실을 거론하며 “현재 선박금융기관 형태 주주 출자금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선박금융기관 설립 연구용역 진행

이 회장은 선화주 협력문제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지난해 해운업이 존폐의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공기업들이 일본 선사들과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많이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해결 안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일본은 (자국내) 화물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며 “(자국내 수송을 마치고) 감가상각이 끝난 선박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올 경우 경쟁력이 앞서게 된다”고 이웃 일본의 선화주협력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밖에 연관산업인 조선 금융 철강 등 연관산업들과의 동반발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과 일반국민들이 해운산업을 단순 무역 보조산업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점 등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우리 해운산업은 없어선 안될 산업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이 막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다. 수출의 99.7%가 해운을 통해서 나가고 있다. 해운산업은 3~4위의 외화가득원이다.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 무선통신 등은 잘 아는데 해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게 선주협회와 해양산업총연합회가 할 일이다”

이 회장은 선주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1960년 창립 당시 10만t에 불과했던 한국 상선대가 올해 4436만t으로 세계 5위로 올라선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창립 당시 12곳에 불과했던 회원사도 현재 181곳으로 늘어났다. 해운수입도 350만달러에서 지난 2008년 470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이 회장은 세계 5위 달성이 “예상보다 4~5년 빨리 됐다”고 말하고 정부의 제도지원 국회에서의 법안통과 해운업계 자구노력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주)선박등록특구, 선박투자회사제도 톤세제도 등 선진해운제도 도입이 큰 도움이 됐다. 재작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웠을 때에도 정부가 도와줘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2차례의 해운지원법안을 통과시켜줬다”고 치하했다. 이어 “해운업계도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호황기동안 벌어들인 수익금을 모두 선박확보에 투자했기 때문에 5위 진입을 빨리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차례 해운업 위기 슬기롭게 극복

이 회장은 선주협회가 반세기 여정을 지나오면서 겪은 어려웠던 시기에 대해 회고했다.

그는 “지난 50년을 걸어오면서 우리 해운업계의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며 “특히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위기의 순간은 지난 1980년대 초반의 해운산업 통폐합과 1990년대 하반기 IMF 사태 2008년 9월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세 차례였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 해운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외항해운업계는 계속되는 운항수지 적자로 1982년에 1024억원이란 엄청난 결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정부는 1983년 해운합리화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1985년 말에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회생불가능한 선사 19개사가 해운업을 정리하는 등 111개사의 해운사가 33곳으로 통폐합됐다.

IMF도 또 하나의 위기였다. 1997년 12월 우리 경제가 IMF 체제로 편입된 뒤 국가 신인도하락으로 외국 화주들이 한국 선사 이용을 기피한데다 외화 차입이 막혀 외항해운업계 유동성 악화로 이어진 까닭이다.

이 회장은 “(IMF) 당시 대부분의 해운기업들이 선박을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해운시황과는 무관한 우리 경제시스템 문제로 야기된 위기를 범국민적 단합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평했다.

그는 또 선주협회 5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외항해운 기업 중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업이 고려해운과 남성해운 등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협회가 여러 굴곡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면서 발전을 거듭한 점을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이진방 회장은 “협회는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야기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라며 “해운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과 사회기여 프로그램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해운불황으로 중단했던 해운센터 건립과 관련해선 “더이상 출연이 어렵다면 모아둔 돈이라도 출자해서 규모를 줄여 시작해볼 생각”이라며 “당초 400억원을 모아서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반밖에 모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