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7 13:39
판례/ 부선 소유자의 책임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 변호사)
■ 부산고등법원 2007. 4. 4. 선고 2006나8641 손해배상
【원 고ㆍ피항소인】 A
【피 고ㆍ항 소 인】 B 주식회사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11/12자에 이어>
1. 들어가며
선박이 무조건 동력선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예인선과 여기에 끌려다니며 작업하는 피예인선이 있는데, 이를 부선이라 한다. 부선의 경우에는 예인선의 운항에 따라 같은 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부선에 승선한 선원들은 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으나, 통상적으로는 예인선과의 운항에 맞춰 긴밀한 연락을 취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의 형태로 운항된다.
그러나, 보통 이러한 주의의무를 기울이기는 하지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안의 경우에도 이러한 사고를 다루고 있으며, 이 때 부선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사안의 사실관계는 예인선에 끌려 다니던 부선이 원고 소유의 가두리 양식장을 침범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으며, 이에 따라 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으로 간략히 요약해볼 수 있겠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원심과 항소심 판단의 요지를 살펴보고, 각 심급별 판단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혀보기로 한다.
2.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선 소유자인 B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는 예인선 선장의 과실과 부선에 승선한 피고 직원의 과실, 즉 부선에 승선한 피고 직원인 C으로서는 부선에서도 예인줄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면서 부선이 강한 조류에 밀리지 않도록 예인줄을 충분히 줄이거나 예인선 선장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는 등으로 예인선의 속도와 운항반경 및 부선의 운항반경까지 고려하여 이 사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경합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C의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항소심 판결의 요지
이러한 원심에 불복하여 부선의 운항을 담당하였던 피고는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인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가. 피예인선을 임차하거나 정기용선 하더라도, 일반 선박과는 달리 동력이 없는 피예인선의 소유자는 그 선박을 전혀 점유하지 못하고 오히려 예인선의 소유자가 자신이 고용한 선장을 통하여 피예인선을 점유하는 점, 이 사건 용선계약에 의하더라도 부선의 관리와 선원 임명 및 부선에 관련된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책임이 예인선 소유자에 있는 등 이 사건 부선에 대한 지휘권이 D해운에 있는 점, 피예인선은 동력이 없어 예인선의 동작에 수동적으로 따르게 되므로 예인선과 피예인선은 일체로서 하나의 물체로서 보아야 하는 점,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해상에서 일어나는 선박항행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제거함으로써 해상에서의 안전 및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선박안전관리법에서 선박의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해야 하는 선박에 선박법 제1조의2 제3호의 규정에 의한 부선(艀船) 소유자는 제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예인선이 다른 선박 또는 물체와 충돌할 경우 예인선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므로, 부선 소유자인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나. 이 사건 부선에는 예인줄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비가 없을 뿐 아니라 예인선이 부선을 예인하여 항해할 경우 부선의 선두는 조류나 풍랑 등으로 해상에 추락할 위험성이 상당히 높아 부선 후미에 마련된 선실에서 대기하여야 할 것이므로 C는 선실 밖으로 나와 예인선의 항해를 주시하면서 이 사건 부선이 다른 선박이나 물체와 충돌하지 아니하도록 예인선 선장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사고 당시 주변은 매우 어두웠고, 이 사건 부선에는 이미 석재 750㎥가 선적되어 앞을 가리고 있었던 탓에 선두인 C로서는 예인선의 진행에 따른 전방 및 좌우를 제대로 살펴볼 수조차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C가 예인선의 진행 방향을 살피지 아니하고, 선장과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아니한 것을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
4. 평 석
위 사안은 비록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례이론은 아니라 할 지라도, 흥미로운 쟁점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이번에 상기 판례를 선정하게 된 것도 언뜻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또 다시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아리송한 쟁점이기 때문이었으며, 무엇보다 재미있는 사례이기 때문이었다.
부선은 동력이 없다. 즉, 예인선이 가는대로 갈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부선이 항상 면책된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예인선과 부선을 연결하는 예인줄의 길이 조정이 가능하여 부선과 예인선 간의 협조만 이루어진다면 위와 같은 사고의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여 원심은 부선의 책임을 인정한 듯 하다. 그러나, 항소심은 사실관계에 대하여 원심과 다른 시각으로 파악하였다. 즉, 이 사건 부선의 경우 예인줄을 조작할 수 없어 고정된 상태였으며, C가 주의를 다하지 못한 것도 이미 적재되어 있는 화물이 가렸고 야간이었기 때문에 비록 사고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무조건 부선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 생각컨대, 사실관계가 항소심과 같다면 즉, 사고 당시 야간이었고 풍랑이 높았으며, 이미 적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예인선의 상태가 잘 파악이 되지 않았고, 예인줄 역시 고정되어 있어 길이조절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전적으로 예인선의 운항에 맞추어 부선이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까지 부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과 항소심 모두 처한 상황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그 판단이 다르게 된 것으로 사료된다. 어쨌든 부선은 동력이 없으며 그 운항 자체가 일반 동력선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위 항소심의 판단이 좀 더 타당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지만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쯤 접해볼만한 재미있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모쪼록 위 판결을 읽어보시면서 위와 같이 흔치 않은 경우에 법원의 판단을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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