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9 10:49

부선 소유자의 책임

김현 변호사
【원 고ㆍ피항소인】 A
【피 고ㆍ항 소 인】 B 주식회사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2, 5, 6, 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1,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제1심 공동피고 D해운 주식회사(이하 ‘D해운’이라고 한다)는 다른 선박을 끌거나 밀어서 이동시키는 선박인 예인선 N호의 소유자이며, 제1심 공동 피고 C는 D해운의 피용자이면서 N호의 선장이고, 피고는 자력항행능력이 없어 다른 선박에 의해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선박인 부선 M호(이하 ‘이 사건 부선’이라고 한다)의 소유자이다.

나. D해운은 2004. 12. 1. 피고로부터 이 사건 부선을 피고의 직원이면서 선두(船頭, 부선의 선원으로서 그 부선에 대한 총괄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인 K가 승선하는 것을 조건으로 용선했는데, 그 용선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D해운은 피고로부터 부선을 용선하고, 임대기간 중 선원(승무원)의 임명과 선박의 관리, 운용은 D해운의 책임으로 한다(제1조).

(2) 월 용선료는 1,400만 원으로 하고, 용선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2개월로 한다(제2조, 제3조).

(3) D해운은 용선기간 중 선량한 관리를 해야 하며 부선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다해야 한다(제5조).

(4) 용선기간 중 선원(승무원)의 인명피해 사고나 기타 여하한 사고에 대하여도 전적으로 D해운의 책임하에 처리한다(제6조).

(5) 임대기간 중 다음 비용 즉 선박의 회항 및 귀항에 필요한 모든 경비, 선원의 수당(50만 원)과 식대(25만 원), 선박용 유류, 소모품, 선구품 기타 용품비 일체, 선체 파손 수리비, 기타 선용품피해 복구비 등은 D해운이 부담한다(제7조).

다. C는 2004. 12. 13. 21:00경 전남 고흥군 소재 거금도 공구지마을 물양장에서 석재 750㎥가 선적된 이 사건 부선을 예인줄 170m 정도로 예인선인 N호와 연결하고 직접 조타하면서 출항해 삼덕항 소재 서수시말 축대공사장으로 항해하다가 2004. 12. 14. 13:00경 경남 남해군 남단 해상에 이르러 N호 식당에서 기관장, 갑판장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소주를 나눠 마시고 갑판장에게 조타기를 인계해 N호를 운항하게 하다가, 같은 날 17:30경 봉도 남서방 약 0.3마일 해상에 이르러 혈중알콜농도 0.153%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갑판장으로부터 조타기를 인수하고 이 사건 부선과의 예인줄을 50m 정도로 줄이며 1.5노트의 속력으로 N호를 운항하던 중 같은 날 18:00경 원고 경영의 통영양식 제606호 해상가두리 양식장을 약 50m 전방에서 발견하고 N호를 좌측으로 급히 변침해 충돌을 피했으나 이 사건 부선은 조류에 밀리면서 빨리 예인되지 못해 우현 현측으로 위 양식장 좌측 끝단 가두리 시설물을 충격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라. 당시 야간이고 사고 지점 주변에 많은 암초와 양식장들이 산재해 있으며 만조시간대의 강한 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 지점을 처음 운항하는 C로서는 N호의 속도를 줄이고 전조등을 밝혀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면서 강한 조류에 이 사건 부선이 밀리지 않도록 N호와 사이의 예인줄을 선박 운항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줄이거나 이 사건 부선에 승선한 피고 직원인 김△△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는 등으로 N호의 속도와 운항반경 및 이 사건 부선의 운항반경까지 고려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취상태로 이를 소홀히 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2. 주장 및 판단

가. 주장피고 직원인 K는 이 사건 부선에서도 예인줄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면서 강한 조류에 밀리지 않도록 예인선인 N호와의 예인줄을 줄이거나, C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는 등 적절한 방법으로 이 사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피고는 K의 사용인으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판 단

피예인선을 임차하거나 정기용선 하더라도 이는 일반 선박과는 달리 동력이 없는 피예인선의 소유자는 그 선박에 관하여 전혀 점유하지 못하고 오히려 예인선의 소유자가 자신이 고용한 선장을 통해 피예인선을 점유하고 점, 이 사건 용선계약에 의하더라도 부선의 관리와 선원 임명 및 부선에 관련된 사고를 방지해야 할 책임이 예인선 소유자인 D해운에 있는 등 이 사건 부선에 대한 지휘권이 D해운에 있는 점, 피예인선은 동력이 없는 관계로 피예인선은 실제로 예인선의 동작에 수동적으로 따르게 되므로 예인선과 피예인선은 일체로서 하나의 물체로서 보아야 하는 점,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해상에서 일어나는 선박항행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제거함으로써 해상에서의 안전 및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선박안전관리법에서 선박의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해야 하는 선박에 선박법 제1조의2 제3호의 규정에 의한 부선(艀船) 소유자는 제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예인선이 다른 선박 또는 물체와 충돌할 경우 예인선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인선인 N호가 독자적인 항해능력이 없는 이 사건 부선을 예인줄로 연결해 유기적인 일체로서의 예인선열(曳引船列)을 구성해 향해하던 중 예인선 선장의 과실로 이 사건 부선이 원고의 가두리 양식장을 충격했다 하더라도 부선 소유자인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있어 K가 이 사건 사고발생에 기여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 보건대, 을2호증의 기재, 당심증인 K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부선에는 예인줄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비가 없을 뿐 아니라 예인선이 부선을 예인해 항해할 경우 부선의 선두는 조류나 풍랑 등으로 해상에 추락할 위험성이 상당히 높아 부선 후미에 마련된 선실에서 대기해야 할 것이므로 K가 선실 밖으로 나와 예인선의 항해를 주시하면서 이 사건 부선이 다른 선박이나 물체와 충돌하지 아니하도록 예인선 선장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사고 지점의 일몰 시간은 17:16이며, 이사건 사고는 18:00경에 발생하여 주변은 매우 어두웠고, 이사건 부선에는 이미 석재 750㎥가 선적되어 앞을 가리고 있었던 탓에 K로서는 예인선의 진행에 따른 전방 및 좌우를 제대로 살펴볼 수조차 없었던 점, 더욱이 예인선 선장인 C 역시 약 50m 전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원고의 가두리 양식장을 발견했던 점을 보태어 보면, K가 예인선의 진행 방향을 살피지 아니하고, 선장과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아니한 것을 K의 과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해 부당하므로 그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재판장 판사 최상열 판사 이영욱 판사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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