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12 19:08
“EU 경쟁법 적용, 해운업계 전반에 타격 가능성 커”
KMI 김태일 責硏 “공정경쟁 대비한 국적선사 체질 개선 필요”
船協 정해룡 상무 “국내 해운산업 피해 없도록 모든 노력 경주할 것”
지금까지 EU 경쟁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정기선 해운동맹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그 영향 및 파급효과, 향후 우리 해운업계의 대처방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 경쟁이사회(EU Competitiveness Council)는 지난 해 9월 그 동안 정기선사의 경쟁법 면제를 인정하던 이사회규칙(Council Regulation) 4056/86을 폐지하기로 결정했으며, 2008년 10월 1일 부로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는 해운동맹의 공동 운임설정 및 선복량 조절행위가 금지됨에 따라 150여 년 이상 지속되던 정기선 해운동맹 체제가 유럽지역에서 사라지게 되는 한편, 이 지역 운항선들은 EU 경쟁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해운 시장의 오랜 관행을 뒤바꿀 만한 유럽연합의 이 같은 결정은 유럽지역 뿐만 아니라 역외 국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일본, 호주 등에도 경쟁법의 도입-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하는 추세다.
한편 2008년 경쟁법 적용 이후 유럽지역 선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태일 책임연구원은 “유럽 내 경쟁법이 적용될 경우 EU의 경쟁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의 해운동맹을 대체하는 선사들의 새로운 협력구도가 더욱 강해지거나, 초대형선을 구비한 대형선사의 강력한 시장장악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선사들은 그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해운법 29조의 예외규정에 따라 해운동맹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일부 검토를 한 바 있으나 후속조치가 아직 없는 상황이며, 선주협회 측은 유럽기항정기선사협의체(ELAA)에 의견을 개진하고 유럽집행위원회(EEC)에 해운동맹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쟁점사항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경쟁법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대안 체제. 이와 관련 ELAA측은 현재 EU 경쟁법 적용 면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대안체제를 제시했으며 이에 대해 EC도 ELAA가 제시한 대안체제를 전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으며, 구체적인 검토 과정을 거쳐 ELAA의 내용을 포함, 새로운 체제에 대한 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EC는 2008년 10월 이전까지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이사회 규칙 4056/86 폐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경쟁법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대비해 선주협회는 향후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ELLA가 제시한 제안을 발전적으로 검토해, 작성된 대안체제를 지침으로 해당 가이드라인에 대한 입장을 세부적. 구체적으로 밝히고 EC 측과 의견을 조율할 예정에 있으며, 가이드라인에 대비한 각종 연구를 통해 근거자료들을 마련하고 있다.
ELAA가 제안한 대안체제는 선사 간 해운시장 관련 정보(물동량, 선복량, 가격지수 등)의 교환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도표 참조>
경쟁법이 적용될 2008년 10월 이후 유럽지역 정기선 시장은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KMI 김태일 책임연구원은 가장 직접적인 변화로 유럽지역을 운항하는 정기선 협의체의 붕괴 초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으며, 간접적인 효과는 ELAA가 제시한 대안체제 관련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EU 경쟁법 적용의 파급효과로 ▲유럽국적 대형선사의 입김이 강해지고 이들이 유럽시장 가격선도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가능성과 이에 따라 ▲유럽계 독립선사들을 제외한 대형선사들의 협력 체제가 더욱 공고해 질 가능성과 그와 반대로 ▲유럽계 선사 제외 선사들이 정보 교환 및 운임 공동 부과 등이 원천적으로 제약됨에 따라 치열한 경쟁상황에 노출될 가능성 등의 정기선 시장 경쟁구도 변화 가능성을 전망했다.
또 ▲정기선 시장 혼란에 따른 시황 예측 불확실성 증가 ▲포워더를 포함한 화주 지위 강화 ▲해운동맹 폐지에 따른 시장경쟁 분위기의 전세계적 확산 등도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유럽 해운동맹 폐지 이후 우리나라가 대응해야 할 정책적 시사점으로, 공정경쟁을 지향하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관련 부처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관련법 검토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으며, 머스크, MSC 등 유럽 독립선사들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원양선사들의 어려움은 한층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한중항로 개방 미 글로벌 선사 한국항로 진출 확대에 따라 근해선사 문제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극단적으로는 해운동맹의 폐지를 전제로 한 국적선사의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더욱 강화되는 경쟁체제 흐름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위해 원가 절감을 통한 비가격경쟁력의 제고, 선사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선박금융 지원 확대, 선사간 인수합병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지원 등을 그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선주협회 정해룡 상무는 “2008년의 정기선 부문 경쟁법 적용은 비단 해운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걸려 있음을 간과한 결정”이라며 “경쟁을 유도해 사회적 후생을 높인다는 취지는 좋으나 현재 생산력 구조가 균질하지 않은 아시아-유럽 간 물동량 구조가 한쪽 방향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있는 상황에서 공급과잉을 초래할 가능성과 해운시장의 과점화를 오히려 조장할 수 있는 점등을 간과한 것은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EC의 향후 가이드라인 발표를 일단 기다려 봄과 동시에 우리 해운업계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노력들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며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비록 유럽연합의 정기선시장 경쟁구도화에 따라 영향받는 대상은 직접적으로는 유럽항로 운항선사에 국한되지만, 간접적으로 우리 원양-근해선사들 모두에게 좋지 않은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및 관련부처, 해운업계, 무역업계 등에서는 머지 않은 미래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명한 판단과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최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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