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7 08:56

인도항공, 과체중 女승무원 해고 '논란'

'인도를 대표하는 항공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날씬해야 할까.


영국의 옵서버 인터넷판은 5일 국영 인도항공(Indian Airlines)이 과체중을 이유로 승무원들을 해고한 사건과 관련, 이번주 인도 델리의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항공사는 올초 몸무게 기준안을 제시하면서 무작위로 체중을 측정, 몸무게가 기준을 초과했을 경우 승무원들의 비행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도 이같은 기준안이 제시된 바 있으나 실질적인 집행이 이뤄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몸무게가 너무 많이 늘었다'는 이유로 최근 해고된 인도항공 소속 승무원 11명은 항공사가 이상적인 인도 여성상을 통통하고 귀여운 형에서 서구적인고 마른 모델형을 변경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승무원들의 이러한 항의에 대해 항공사측은 재판에서 국영 항공사로서 '최고의 외교관'을 선택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날씬한 승무원들이 비행 중 테러 사건과 같은 비상사태 발생시 더 민첩하게 행동한다는 주장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노조에 따르면 그동안 130여명의 승무원들이 무급 정직처분을 받았다.

인도항공에서 25년간 일했다는 실라 조쉬는 자신이 현장 측정에서 기준치보다 1.9㎏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며 "항공사는 살찐 여성들을 버리고 새롭고 날씬한 모델들을 데려오려 한다"고 비난했다.

조쉬는 다시 근무할 수 있게 됐지만 긴급 다이어트에 돌입했다며 기준을 넘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한끼만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국영 항공은 인도 문화의 자긍심을 대표해야 한다"며 "새로운 정책은 여성에게 모욕감을 들게 한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인도항공의 이같은 조치의 배경에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저렴한 항공료, 그리고 짧은 스커트의 승무원을 내세우며 새롭게 등장한 민영 항공사들로 인해 항공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현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사장이 직접 '걸어다니는 상공(上空)의 모델'을 뽑는 것으로 잘 알려진 킹피셔항공은 젊고 다리가 긴 여성 승무원들이 진분홍색 하이힐과 붉은색 짧은 치마를 착용한 채 승객들을 맞이하며 또 다른 항공사인 스파이스젯은 날씬하고 신선한 마스크의 '스파이스 걸'을 채용하고 있다.

인도항공의 한 직원은 아직까지 승무원들이 인도의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고 있으나 회사측이 점점 승무원들의 몸무게 등 외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해고 승무원측 변호사는 항공사의 조치는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독단적인 차별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공사측 변호사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몇시간동안 승무원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 대한 인상을 통해 항공사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만큼 승무원은 항공사 브랜드를 대표하는 외교관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법원이 이번주 내로 항공사의 무급정직 등의 결정이 합법적인지 여부를 판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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