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08 17:43

해경 출신 해경청장 첫 탄생 의미

해경 출신의 해양경찰청장이 첫 탄생한데 따른 가장 큰 의미는 바다에서 폭넓은 행정 경험과 지휘능력을 갖춘 인사가 해경청장에 임명됨으로써 국가 해상치안 유지 임무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있다.

1953년 창설된 해양경찰은 1996년 경찰청으로부터 독립,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분리됐지만 정작 해양경찰청장직만큼은 육상경찰 고위 간부들이 독식해왔다.

해상주권을 수호하는 해양경찰청장직을 경찰청 독립 후에도 10년간 육상경찰이 독차지해온 것은 경찰청과 해양경찰청간 조직 규모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전국에 해양경찰관은 6천여명에 불과하지만 육상경찰관은 해경의 16배가 넘는 1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7월 해양경찰청장 계급이 차관급인 치안총감으로 승격되기 전까진 해경청장은 치안감 계급(경찰청 본청 국장 또는 지방경찰청장 계급에 해당)을 지닌 간부 중에서 인선,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키며 해경청장에 임명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해경청장 인선 때마다 '해경 출신 간부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해경 안팎에서 제기됐지만 해경에서는 치안감 계급을 보유한 간부가 해경청 차장과 해양경찰학교장, 단 2명에 불과해 20여명에 이르는 육상경찰 치안감과의 경쟁에서 늘 밀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십년간 육상에서만 근무한 경찰 간부가 해경청장을 맡다 보니 신임 해경청장들은 취임 초기 상당 기간을 해경 특유의 고유 업무를 파악하는데 할애해야만 했다.

260여척의 경비함을 총지휘하고 해상수색구조, 배타적경제수역 경비, 해양오염 분석 및 감시, 해상교통 안전 관리 업무 등 해상주권 수호에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역대 해경청장들은 부임 직후 부하 직원들을 통해 바다에 대한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문제는 해경 업무에 눈을 뜨고 자신의 청사진에 따라 제대로 일을 해 보려 하면 또다시 인사 시기와 맞물려 해경 제복을 벗어야 했다는 점이다.

해양경찰청 독립외청 승격 후 10년간 해경청장에는 7명이 부임, 평균 재임기간이 1년7개월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해경청장에 해경 출신 간부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해양대학 해양경찰학과 교수진과 퇴역 해양경찰관 모임인 해경 경우회는 2003년 2월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건의서를 보내 '육군 출신이 해군 사령관으로 임명될 수 없듯이 해경청장은 해경 출신 간부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며 '해경청장은 업무 특성상 해양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번에 8대 해양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권동옥 신임 청장은 해군 대위 예편 후 1980년 해경에 투신, 26년간의 해경 근무 경험이 있는 만큼 역대 청장들과는 달리 해경 업무 파악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필요가 없어 해경의 해상치안 유지 업무에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해경 6천여명의 숙원이 달성됨에 따라 앞으로는 해경의 책무도 커져 신임 청장 뿐 아니라 전 해양경찰관이 더욱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해상주권 수호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 해경 안팎의 중론이다.

해경 관계자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인접국가들도 수십년간 바다에서 경험을 쌓으며 지휘능력을 갖춘 인사들에게 해상치안기관장 자리를 맡겨왔다"며 "오랫동안 건의해 왔던 사안이 결실을 본 만큼 전 해양경찰관들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바다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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