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17 17:29
싱가포르항, 항만근로자 23년 만에 첫 정리해고
(싱가포르 AFP.AP=연합뉴스) 세계 2위의 컨테이너항 운영업체인 싱가포르의 PSA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근로자 정리해고에 나서기로 했다고 현지 신문들이 16일 보도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 등 싱가포르 신문들은 리셴룽(李顯龍)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난 15일 PSA노조측에 이같은 방침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PSA 근로자들에게는 이르면 17일중 회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이 통보될 것으로 보이며 감원규모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신문들은 말했다. 신문들은 엔지니어링 부서의 근로자들이 감원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PSA는 싱가포르 정부가 설립한 투자지주회사 `테마세크 홀딩스'의 자회사이다. `테마세크 홀딩스'는 몇몇 전략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PSA의 이번 감원은 지난 1980년 300명을 정리해고한 이후 처음이라고 신문들은 지적했다. PSA가 운영하는 4개소의 항만 터미널은 전세계의 250여개 해운사가 이용하고 있으며 전체 근로자는 6천 여 명이다.
PSA는 앞서 지난 14일 주력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과 수익성이 없는 부문을 포기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리셴룽 부총리는 15일 PSA 노조 지도부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번 감원은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리 부총리는 "짐이 너무 많으면 배가 가라앉는다"며 "배에 실린 짐을 정리해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TV채널 `뉴스 아시아'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그는 "특히 PSA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요금을 내려야 하며 비용을 최저수준으로 절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PSA는 최근 인접국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주(州) `탄중 펠레파스'항구의 화물 처리시설 확충에 따라 덴마크의 `마에르스크 시랜드'와 대만의 `에버그린(長榮)해운'등 주 거래업체를 뺏기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작년 12월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무역환경악화 우려를 반영해 PSA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PSA의 이번 감원은 국내외 터미널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 달 28%나 늘어나는 등 최근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취해지는 것이어서 의외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0/250
확인